[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宗廟) 일대 약 19만㎡를 '세계유산지구'로 새롭게 지정한 가운데 서울시가 "국가유산청은 그간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선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시는 "더욱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및 평가항목, 방식, 절차 등 역시 미비해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을 설정하게 돼 있음에도 종묘는 등재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충구역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가결된 세계유산지구도 유산구역만 지정한 상태로, 세계유산지구의 필수 구성 요소인 완충구역은 여전히 미설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는 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유산 가치 평가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조차 지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시와 유산청은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높이제한 완화를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시가 지난달 30일 고시를 통해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로 변경하면서부터다.
이를 두고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는 유네스코 권고안을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아 세계유산 등재 취소 등이 예상된다며 반발했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는 전날(13일)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논의를 통해 종묘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 총 91필지, 19만4000㎡ 규모를 세계유산지구로 새로 지정했다.
유산청은 관련 행정 절차를 다음 달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서울시에 세계유산법에 근거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요청할 방침이다.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구역', 세계유산 등재 시 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으로 구분된다.
추후 완충구역을 늘리거나 추가로 지정할 경우 세운상가까지의 거리가 짧아져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까지 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영향평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