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9시 45분께 마곡에서 출발한 한강버스가 여의도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4일 오전 9시 45분께 마곡에서 출발한 한강버스가 여의도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서울시가 '수상 대중교통의 혁신'을 내세워 다시 띄운 한강버스가 재운항한지 나흘째 지난 4일 오전, 여의도 선착장은 차디찬 겨울바람처럼 썰렁했다. "교통이 꼭 빨라야 하느냐"는 오세훈 시장의 주장과 달리,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교통이 아니라 관광용 유람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는 기능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반쪽짜리 대중교통'이란 오명을 떼긴 아직 요원해 보인다.

서울시가 밝힌 한강버스의 취지는 명확했다. 한강을 가로질러 서울 서남권과 강동권을 잇는 '제3의 대중교통'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첫 운항 시각은 오전 9시. 현재 운용하는 선박 8척으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적의 운항 시간표라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4척을 추가 투입해 내년 3월부터 오전 7시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했지만, 일반적으로 서울 직장인 출근 시간이 오전 9시까지란 걸 고려하면 당장 출근 시간대에는 배가 없다. 

실제 기자의 경험으로도 한강버스가 그 이름처럼 '버스'나 지하철처럼 시민의 일상 속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기엔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약 28.9km, 7개 선착장을 잇는다. 그러나 평일과 주말 모두 1시간30분 간격으로 운영되는 이 노선이 시민들에게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보통 지하철은 5~10분, 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여의도 선착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여의도 선착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배차 간격부터 이미 '대중교통'의 개념과 거리가 먼데 접근성도 떨어졌다. 기자는 평소 출퇴근 시 5호선 화곡역-광화문역 지하철을 이동하기 때문에 이미 한강버스는 출퇴근 교통수단이 되지 못한다. 애초에 체험을 위해 여의도 선착장을 찾은 것인데 그나마 여의도 선착장의 경우 여의나루역 출구 바로 앞에 선착장이 있지만 하차한 잠실 선착장은 가까운 지하철역인 잠실새내역까지 도보로 14분 정도가 걸렸다. 

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셔틀버스를 운영한다지만 버스 정류장도 잠실 선착장으로부터 도보 6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고 배차간격도 15분이다. 실제 한강버스 운영 관계자에게 셔틀버스 이용을 문의하니 "15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해 역까지 걸어가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소요시간도 일반 127분, 급행 82분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지하철로 같은 구간을 이동하면 1시간 정도의 시간만 있어도 충분하다. 실제 화곡역에서 여의도 한강버스를 타고 잠실까지 2시간가량 걸렸는데 잠실새내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화곡역으로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 소요됐다. 한강버스로 2시간7분이 걸리는 마곡역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8분 소요된다. 

(사진=오세정 기자)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 내부가 한산하다. (사진=오세정 기자)

가장 중요한 안전문제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지난 한 달간 무승객 시범운항 중 세 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선박끼리 충돌하거나, 부표를 인식하지 못해 부딪히는 등 접촉 사고가 이어졌다. 시운전 당시 속도 미달과 결함이 확인됐지만, 서울시는 이를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계획대로 추진하며 '전시 행정' '졸속 추진' 비판을 낳았다.

한강버스는 결국 정식 운항 열흘 만에 멈춰 섰고, '무탑승 시범운행'을 통해 한 달간의 재정비 끝에 이달 1일 재운항에 나섰다. 서울시는 안전성과 정시성 등을 개선해 승객 탑승을 재개한다고 밝혔지만 승객이 탄 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단 불안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들은 앞서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서울시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할 당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강버스는) 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잃어버렸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교통이라는 게 꼭 빨라야 하느냐"고 반문하며 "교통수단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오 시장의 자신감과는 사뭇 달랐다. 4일 오전 9시30분, 여의도에서 잠실행 한강버스가 출발하기 10분여가 남은 시간에도 여의도 선착장은 한산했다. 3개월 전인 지난 8월 시범 운항 당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사진을 찍고 대기하던 시민들로 붐볐던 풍경은 사라지고, 취재를 나온 기자와 일본 후쿠오카 신문사 기자 단 두 명이서 멋쩍게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오세정 기자)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한강 물길로 한강버스가 달리고 한강 다리 위로 지하철이 달리고 있다. (사진=오세정 기자)

"텅텅 비었네, 텅텅 비었다." 오전 10시30분, 뚝섬 선착창으로 향하는 한강버스의 선실에 승객 한 명이 통화하며 내뱉은 말이 울렸다. 기자가 탑승한 노선(마곡→잠실)은 정원 181명 규모였다. 그러나 마곡 9명, 여의도 9명, 옥수 2명 등 실제 탑승객은 20명 남짓이었다. 그중 4명은 호주·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었고, 나머지는 관광이나 체험 목적으로 탑승한 시민들이었다. 

일본인 기자는 "한강버스가 관광용으론 흥미롭고 더 유명해지면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할 거 같다"면서도 "배 대수가 많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긴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체험을 위해 탑승했다는 50대 한 서울시민도 "출퇴근용이나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순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잠실 선착장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지난 1일 한강버스가 승객 탑승을 재개한 가운데 4일 오전 잠실 선착장 모습. (사진=오세정 기자)

교통수단으로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시민들은 한강버스의 '쾌적함'과 '한강 경관'에 대해선 장점으로 꼽았다. 김준영(23) 씨는 "관광 목적으로 뚝섬까지 가려고 한강버스를 탔는데 생각보다 흔들림이 적고 여유롭게 강을 보면서 가기에 속도도 적당한 거 같다"며 "배 앞쪽은 소음이 좀 있지만 안쪽에는 소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철영(59) 씨는 "붐비지 않고 편하게 강을 보면서 힐링할 수 있어서 괜찮은 거 같다"며 "한강 활용률이 떨어지는 거 같아서 배라던지 다른 수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용하기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논란과 의문 속에도 지난 1일 승객 탑승을 재개한 한강버스. '반쪽짜리 대중교통'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강버스의 향방에 대해 "6개월만 보시라. 이용 패턴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의 여가·관광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교통의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잠실 선착장에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도보로 5분가량 걸린다. (사진=오세정 기자)
한강버스 잠실 선착장에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도보로 5분가량 걸린다. (사진=오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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