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패션업계가 '리세일(Resale·중고 거래)'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 개인 간 거래를 넘어 검수·세탁·보상 체계까지 갖춘 중고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하며, 중고 패션은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선택지로, 기업들에는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3년 26조원에서 지난해 30조원으로 커졌으며, 올해는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패션 리세일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무신사는 지난달 26일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무신사 유즈드'를 선보였다. 판매 희망자에게 무료 수거용 '유즈드백'을 제공하고, 수거부터 세탁, 촬영, 배송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이는 기존 개인 간 거래(C2C) 중심 플랫폼인 당근마켓, 번개장터와 달리 C2B2C 방식으로 전환해 사용자 편의를 크게 강화한 사례다.
무신사는 2주간 베타 서비스 기간 거래 수수료 체계도 실험했다. 초기에는 거래 금액에 따른 정률 수수료를 적용했으나 이후 5000원의 상품화 비용에 7~38% 수수료를 혼합한 구조로 확정했다. 출시 직후 '무신사 유즈드'는 2주 만에 신청자 1만명과 입고 수 6만점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 높은 수요에 맞춰 순차적으로 처리 중이다.
LF는 자사 브랜드 중고 거래를 위한 '엘리마켓'을 출시했다.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의 솔루션 '릴레이'와 제휴해 수거부터 재판매까지 일괄 처리하며, 보상은 LF몰에서 사용 가능한 '엘리워드' 포인트로 지급한다. 현재 헤지스, 닥스, 마에스트로 등 15개 브랜드가 참여 중이다. LF 관계자는 "전문 업체 협업으로 브랜드 리세일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고객 편의를 높이며 지속 가능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은 중고 명품 거래 서비스 '부티크'를 '빈티지'로 리브랜딩해 2024년 8월 거래액이 전년 대비 588%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요 이용층은 20~30대이며,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거래를 이끌고 있다. 크림은 UI 개편, P2P 거래 서비스 도입, 오프라인 매장 확대도 계획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2022년부터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운영해 코오롱스포츠, 럭키슈에뜨 등 브랜드 중고 거래를 포인트로 진행해 왔으며, 현재 더 많은 브랜드로 확장 중이다.
백화점 업계도 중고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백화점은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의류를 판매하면 가치만큼 엘포인트로 적립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역시 유사한 포인트 기반 중고 패션 수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고 패션 중심의 '리커머스' 시장은 고물가 시대 합리적 소비 추구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희소성 있는 제품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식된다. 기업이 상품 검수와 유통을 담당하며 중고 제품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회적 기준은 높아졌지만 구매력은 부족한 젊은 세대에서 중고 소비가 늘고, 검수 과정을 거친 중고 명품은 여전히 가치가 있어 중고 플랫폼 이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