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내수 침체와 인건비 상승, 인력난 등 복합적인 경영 부담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임원 교체와 조직 개편에 나섰다.
외부 전문가 영입과 젊은 오너 경영진의 전면 배치까지, 변화의 중심에는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발표한 '2024년 식품산업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체의 71.2%가 '내수 부진'을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면류 및 유사식품 제조업(90.3%), 비알코올 음료 및 얼음 제조업(84.0%), 낙농제품 및 식용 빙과류 제조업(75.6%)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인력 확보'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생산과 운영에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기업들은 조직과 인력 구성을 전면 재정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적 악화 충격이 컸던 롯데웰푸드는 지난 6월 '혁신추진단'을 신설하고, 단장으로 전략 전문가인 서정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 급감한 데 따른 위기 대응 차원의 인사다. 서 부사장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에서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해 여러 기업에서 임원 경력을 쌓았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DL이앤씨에서 국내외 영업을 총괄한 유재형 상무를 유통본부장으로 선임하며 "수산물 유통의 해외 확장을 위한 전략적 인사"라고 밝혔다. 동원F&B는 LG생활건강과 로얄캐닌 출신의 장인정 상무를 펫사업총괄에 임명하며, 고성장 중인 반려동물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삼양식품은 올해만 여러 차례 수시 인사를 통해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했다. 삼성전자 출신 경영관리 전문가 전수홍 상무, 전략 마케팅 전문가 김선영 본부장, 그리고 지난달 글로벌 소비재 경력 25년의 김기홍 전무를 잇따라 선임했다. 특히 김기홍 전무는 CSO로 승진해 해외 세일즈를 총괄하게 됐다. 회사 측은 "기존 지역 중심 영업 체계로는 글로벌 수요에 민첩히 대응하기 어려워, C레벨 중심의 영업 전략 조직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농심도 경영 혁신을 위해 베인앤컴퍼니와 카카오페이 출신인 오동엽 상무를 영입해 글로벌 M&A와 신사업을 주도하게 했다. 오 상무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맡는다.
외식 기업 제너시스BBQ는 7월 심관섭 전 대표가 자진 사임하고,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했던 김지훈 신임 대표를 전격 선임했다. BBQ 관계자는 "2030년까지 글로벌 가맹점 5만 개 확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국제 무대 경험이 풍부한 리더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오뚜기는 생산 및 연구개발(R&D) 체계 강화를 위해 이춘원 전 오뚜기냉동 대표를 본사 제조안전본부장으로 이동시키고, 후임으로는 중앙연구소 출신 이용갑 대표를 내부 승진시켰다. 매일홀딩스는 지난 3월 ICT 전문가인 구현모 전 KT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처럼 연공서열 중심이던 식품업계 인사 관행이 빠르게 깨지고 있는 배경에는 기존 방식으로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 인상마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영 효율화와 구조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외부 전문가의 시각을 조직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임원 교체와 함께 식품업계에서는 젊은 오너 3세들의 전면 등판도 뚜렷하다. 이선호 CJ그룹 실장, 신상열 농심 전무,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 등 1990년대생 오너들은 중장기 전략 수립, 신사업 기획, 글로벌 M&A를 주도하며 본격적인 경영 승계에 나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젊은 리더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성과로 검증받아야 한다"며 제도적 견제와 책임 경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