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1공장 전경. (사진=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 1공장 전경. (사진=한미반도체)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상승세인 가운데 차세대 반도체 장비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열 압착(TC) 본더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존 TC본더와 달리 별도의 범프 없이 칩을 붙일 수 있어 20단 이상의 고적층칩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칩 사이 범프가 없기 때문에 전기신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반도체 성능도 크게 향상된다. TC본더는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과 칩을 붙인다.

TC본더 글로벌 1위 기업인 한미반도체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1000억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지어지며 2026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또 한미반도체는 지난 7월 테스와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테스는 2002년 설립된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전공정 핵심인 박막 증착장비 PECVD(Plasma 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tion)와 건식식각장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 공급사인 세메스는 HBM 하이브리드 본더에 대한 데모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병갑 세메스 TP팀장은 "현재 500나노미터(㎚) 이하의 고정밀 위치 제어와 고생산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HBM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해 데모평가가 진행 중이며, 설비 품질과 신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세미텍은 12일 폐막하는 '세미콘타이완 2025'에서 하이브리드 본더를 내년 초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한화세미텍이 공개한 로드맵에 따르면 △2024년 TC본더 'SFM5 엑스퍼트' △2025년 CoW(Chip-on-Wafer) 멀티칩본더 'SFM5 TnR' 출시에 이어 △플럭스리스본더 'SFM5 엑스퍼트+' △하이브리드본더 'SHB2 나노'를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LG전자도 2028년 완료를 목표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일부를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로 AI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이 열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의 특성상 16단 이상부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6세대 이후 HBM4부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우 삼성전자 DS부문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 상무는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상용반도체개발 기술워크숍'에서 "HBM 16단이 넘어가면 기존 TC본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16단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HBM 기술 대비 하이브리드 본더가 지나치게 앞선데다 가격도 고가인 만큼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 가격은 대당 100억원이 넘는 TC본더의 2배 이상"이라며 "TC본더로 차세대 HBM까지 대응이 가능한 만큼 하이브리드 본더 수요는 현재로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실제로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이 적용될 시장은 HBM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5부터는 20단 적층이 이뤄질 수 있으며 이전 세대인 HBM4E는 16단 적층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2027년부터 열려 2029년께 주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인공지능(AI) 메모리 신제품인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양산체제를 구축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인공지능(AI) 메모리 신제품인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양산체제를 구축한 HBM4. (사진=SK하이닉스)

한편 내년 초부터 HBM4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12일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엔비디아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일정보다 HBM4 상용화를 앞당겼다. 

삼성전자도 최근 HBM4 생산을 위해 경기도 평택 제4캠퍼스에 1c D램 설비 투자를 마무리했다. 또 제3캠퍼스와 기존 공장을 전환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서 엔비디아 진입을 시도했으나 결국 HBM4에서 진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SK하이닉스를 추격해야 하는 위치에 처한 만큼 HBM4에 개발 속도를 더 높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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