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쿠팡이츠의 라이더. (사진=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
배민과 쿠팡이츠의 라이더. (사진=우아한형제들, 쿠팡이츠)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채널들이 퀵커머스(주문 후 1시간 내외 빠른 배송) 서비스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인프라 구축보다 배달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퀵커머스 역량을 키우는 모양새다.

다만, 이러한 협력 방식은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플랫폼에 점차 종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퀵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다. 음식 배달 라이더를 기반으로 한 촘촘한 배달망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배민은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전주 등지에 70여 개의 대형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으며, '장보기·쇼핑'에는 1만9000여 개의 편의점,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이 입점해 있다.

배민 자체 퀵커머스 'B마트'를 포함한 퀵커머스 상품 매출은 2020년 2187억원에서 △2021년 4217억원 △2022년 5122억원 △2023년 6880억원 △2024년 7568억원으로 빠르게 상승 중이며, 지난해 처음으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했다.

배민 관계자는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지만, 즉시 배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입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배민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주요 유통업체가 잇따라 입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와 경쟁하는 네이버 퀵커머스 사업(네이버플러스 지금배달) 역시 편의점 4사를 입점시키는 등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배달은 사용자 주변 1.5km 내 편의점·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상품을 1시간 내외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현재 약 8500개의 점포가 입점했다.

네이버는 검색 기반 생태계 경쟁력과 높은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기반으로 멤버십 이용자가 지금배달을 이용하면 추가 적립 혜택을 주는 등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펴고 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는 꽃·안경·문구 등 음식 외 배달로 영역을 확장한 '쿠팡이츠 쇼핑' 시범 운영을 지난달 서울 전역으로 확장했다.

입점 소상공인의 물건을 30분~1시간 내 배달하는 서비스로, 라이더가 직접 가게로 찾아가는 구조로 도심 물류센터에 제품을 쌓아두고 배달해 주는 방식과는 다르다. 입점 업체는 일정액 수수료를 내면 되고, 소비자는 쿠팡 '와우' 회원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프라인 업체들은 상위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필수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에서 '바로퀵', 롯데슈퍼는 '퇴근길 배송', 홈플러스 '1시간 배송' 등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투자를 통해 MFC를 확보한다 해도 소비자 온라인 접근성 측면과 자체 배달 등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소비자 온라인 쇼핑 수요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퀵커머스 서비스의 경쟁력을 잃을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시간 이내'라는 배송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배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또 1회 배송의 객단가가 오프라인 쇼핑 대비 낮기 때문에 주문 건수가 많아야 하는데, 자체 앱의 유입 고객 수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를 지속 유지할 예정"이라며 "단순 속도 경쟁이 아닌 비용 효율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현재 오프라인 기업과 플랫폼은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며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퀵커머스 서비스에서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며 "결국 어떤 업체가 상품을 더 다양하게 갖췄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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