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개편안으로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 감축을 내세운 가운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앞으로 추가 감축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정부는 국내 주요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최대 370만톤 규모의 NCC를 감축하는 구조개편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NCC 감축과 재무건전성 확보 등을 포함한 사업재편 계획을 연말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내세운 370만톤은 우리나라 전체 에틸렌 생산량의 25%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감축하는 한편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산업단지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 등 종합지원 패키지를 마련한다. 

이에 따라 각 기업별 NCC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이었던 NCC는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LG화학은 2022년부터 추진했던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GS칼텍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여천NCC의 양대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그동안 꾸준히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부도 위기까지 내몰린데다 정부에서도 구조개편 목표를 제시한 만큼 매각은 불가피해보인다. 다만 그동안 한화와 DL이 투입한 자금을 고려하면 매각보다는 원가 절감과 고부가 제품 전환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 NCC 통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양사는 충남 대산단지 내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는 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HD현대케미칼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을 통해 설비 통합에 나선다. 통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별도의 NCC 매각 계획이 전해지진 않았으나 여천NCC 지분을 보유한 한화솔루션이 관계사로 있는 만큼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구조조정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화토탈은 최근 차입금 1900억원의 재무약정을 충족하지 못해 기한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신용 평가사 역시 신용 등급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석유화학업계의 설비 감축은 추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가 내년 6월 완공되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에는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이 포함돼있다. 

기존 NCC가 정유 과정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것과 TC2C는 절차가 간소화돼있고 수율이 높아 차세대 석유화학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높은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구현되지 못했으나 에쓰오일은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가동할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연 180만톤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량도 10위에서 4위로 단숨에 상승하게 된다. 또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어 중국의 저가 제품과도 경쟁이 가능해진다. 다만 고사 위기에 놓인 국내 업계에는 더 큰 악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석유화학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계획을 연말이 아닌 '당장 다음 달'이라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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