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앞 대출 홍보물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은행 앞 대출 홍보물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는 초유의 고강도 대출규제를 내놓은 가운데, 규제 시행 이후 첫 영업일을 맞은 은행권에선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출 한도를 새로 설정해야 하는 은행권은 전산 작업을 위해 비대면 주담대·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한편, 혹시 모를 실수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직후부터 은행 창구를 중심으로 고객들의 대출 문의가 늘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설정되고 신용대출 한도가 연소득 이내로 제한되는 초강력 규제가 발표 다음날 즉시 시행되자, 예정대로 대출이 실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차주들의 문의가 늘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가계대출 관리 방안은 규제지역 내 고가 주택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틀어막는 것이 목적인 만큼 서울 강남 지역 은행 영업점을 중심으로 문의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소득이 2억원인 차주가 서울·수도권에서 2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기존에는 DSR 규제만 적용돼 최대 13억96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달 28일부터는 최대 한도가 6억원으로 줄어,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7억9600만원 감소한다.

연소득 1억원인 차주가 서울·수도권 내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고자 할 때는 과거 최대 6억98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규제 시행에 따라 앞으로는 9800만원 줄어든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가 직접적으로 줄어드는 규제다 보니 기존 자금계획에 차질이 없을지를 묻는 차주들이 많았다"며 "한도 축소를 우려해 일단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수요도 늘었는데, 당일 신청해서 바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 27일 규제 발표 직후 평소보다 신청이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등 영향을 받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까지 줄줄이 중단하면서 한동안 은행 창구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일제히 비대면 주담대·신용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급전이 필요하더라도 은행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는 것 외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막힌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비대면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신규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주담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신규 신청을 중단했다. 점포가 없는 이들 인터넷은행은 대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은행들이 새 규제를 반영해 대출심사를 진행하려면 전산 내 대출요건 변경 등의 작업이 필요한데, 시간 여력이 없다 보니 비대면 대출 접수 자체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은행권의 비대면 대출 접수 중단 사태는 최소 1주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들은 대출규제 시행 과정에서 실수요자, 서민 등의 피해가 없도록 '규제 예외' 자율관리 조치를 병행하고 있는데, 해당 요건을 보다 꼼꼼하게 살펴보고 전산에 넣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대출 유형별로 △규제 시행 전 주택 매매계약·전세계약 체결한 차주 △대출 신청접수가 완료된 차주 등 다양한 경과 규정을 대출 요건에 입력해야 해 전산 작업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전산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 2주 정도 보고 있다"며 "각종 경과 규정도 고려해야 하고, 새 규제가 전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차주들이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서 빨리 끝낼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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