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설치된 은행 ATM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설치된 은행 ATM 앞을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 감축하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대출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289조7384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820조6226억원) 대비 9조1158억원(1.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성장은 대기업대출이 견인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대기업대출 잔액은 165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58조3900억원에서 7조2600억원(4.6%) 늘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62조2290억원에서 664조868억원으로 1조8578억원(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들이 대기업대출 영업에 집중한 것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자산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27일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축소하고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묶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발표했고, 다음날인 28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초 은행들은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1~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 규제로 1% 이내로 증가율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여기에 이달 1일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들이 고객에게 내줄 수 있는 가계대출 한도 자체가 대폭 줄었다.

이처럼 가계대출 성장 계획이 틀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이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들의 전체 영업이익 중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KB국민은행이 95%, NH농협은행 93%, 신한은행 90%, 우리은행 88%, 하나은행 85% 등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마진이 적은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통한 이자수익 비중을 더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이번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이자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달 27일 가계대출 규제 발표 이후 첫 주(6월 30일~7월 3일) 은행권의 서울지역 하루평균 주담대 신청액은 3500억원대로 집계됐는데, 직전 주(6월 23~27일) 하루평균 신청액(7400억원대)과 비교하면 52.7% 급감했다.

가계대출 성장이 막히면서 은행권은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하반기 기업 금리우대 한도를 늘리는 등 기업대출 영업 확대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나·우리·농협은행 역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 공급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해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본부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사업자(소호) 전용상품 출시와 경영 컨설팅을 담당할 '소호사업부'를 신설하는 한편, 기업고객에 대한 자금·외환 원스톱(One-stop) 지원을 강화하고자 '외환사업본부'를 기업그룹에 새롭게 배치했다.

국민은행 역시 최근 기업금융 조직의 기획 권한을 강화, 기업고객그룹이 소호 및 법인고객 대상 수신상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업대출을 무턱대고 늘리기엔 치솟는 연체율이 고민거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전월 대비 0.06%p(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대기업대출이 0.13%로 0.02%p 올랐고, 중소기업대출(0.83%)과 중소법인대출(0.89%) 연체율은 1%를 넘보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0.74%로 집계됐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들은 보통 거래 은행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유치하려면 우대금리를 더 제공하는 등의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고, 결과적으로 마진을 많이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업경기 악화로 건전성 리스크 이슈도 있지만,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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