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 조선이 2위 업체인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자회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이마바리 조선의 JMU 지분율은 30%에서 60%로 높아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선박 건조량은 단숨에 세계 4위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마바리 조선은 기존의 제휴나 협업만으로는 중국과 한국 업체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총 건조량은 약 500만 총톤(G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370만 총톤을 기록한 한국의 한화오션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단숨에 세계 4위권을 넘어 2~3위권에 근접하는 규모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마바리 조선의 건조량은 328만 총톤으로 세계 6위, JMU는 141만 총톤으로 12위였다. 합산 건조량 469만 총톤은 한국 HD현대(614만 총톤)와 삼성중공업(561만 총톤)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마바리 조선은 이번 자회사화 추진에 대해 "앞으로 더욱 격화될 세계 시장 환경에 대응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한국 조선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바리 조선은 JMU를 자회사화함으로써 단순 지분 확보를 넘어 설계, 자재 조달, 부품 구매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통합은 사업 영역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상선을 취급하는 이마바리 조선과 달리, JMU는 호위함 등 해상자위대 함정 건조 실적을 보유하며 군함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마바리 조선은 이를 활용해 전함 및 특수선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선박 건조량은 1005만 총톤으로 5년 전 대비 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3148만 총톤)과 한국(1835만 총톤)은 각각 약 30% 성장했다. 이마바리 조선 측은 "일본 조선업의 점유율은 중국과 한국에 밀려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양사가 강점을 살려 일본 조선업 발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지분 인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일본 조선산업이 협상 카드로 주목받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조선업계의 이 같은 대규모 통합 움직임에 대해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HD현대와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빅 2'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일본의 통합이 단기간에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는 세계 최대 조선사로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 집중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LNG 운반선 및 잠수함, 특수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양사 모두 단순 건조량 경쟁보다는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모색하고 있어 일본의 통합 움직임에도 흔들림 없이 강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 조선 사장은 "일본이 경제와 공급망을 지키려면 조선업에서 세계 점유율 20%를 확보해야 한다"며 "이마바리 조선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일본 조선 및 선박 회사와 힘을 합쳐 중국과 한국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