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구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2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구글)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구글이 인공지능(AI)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 AI(Scale AI)'와의 계약을 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쟁 빅테크인 메타가 스케일AI의 지분 인수에 나서며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진 영향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메타가 스케일AI의 지분 49%를 143억 달러(한화 약 19조 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구글이 스케일AI와 관계를 끊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케일AI는 AI 모델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이미지와 텍스트 등의 자료를 사람이 일일이 가공·분류하는 데이터 라벨링 회사다. 구글은 스케일AI의 데이터를 받아 AI모델 제미니 개발에 활용해왔다.

구글은 올해 스케일AI의 데이터 확보에 약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경쟁사들과 논의에 나서며 계약 해지를 추진 중이다. 구글은 스케일AI 업무를 대체할 기업 여러 곳을 이미 접촉하고 있으며, 빠른 시간 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전해졌다. 

구글이 이처럼 스케일AI와의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민감 학습 데이터가 경쟁사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케일AI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알렉산더 왕이 메타의 AI 자문으로 참여하고 메타가 스케일AI 지분 49%를 확보하면서 구글은 경쟁사에 자사 데이터 전략이 노출될 위험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케일AI는 매출의 80%를 생성형AI 개발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메타의 지분 투자로 핵심 고객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스케일AI의 지난해 매출 8억7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중 약 17%인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가 구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구글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론 머스크의 xAI도 메타의 지분 투자 이후 스케일AI와 계약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계약 해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몇 수 개월 전 스케일AI와 계약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케일AI 측은 "우리 사업은 여전히 견고하며, 앞으로도 고객 데이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 기업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췄다. 

한편 메타의 지분 인수로 스케일AI 경쟁사로 일감이 몰리면서 데이터 라벨링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케일AI의 경쟁사로 꼽히는 라벨박스는 연말까지 스케일AI에서 이탈한 고객으로부터 수억 달러의 매출을 추가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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