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경 이마트 서울 청계천점에 캐셔 카운터가 모두 닫혀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오전 11시경 이마트 서울 청계천점에 캐셔 카운터가 모두 닫혀있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유통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쇼핑에 밀려 실적이 부진한 대형마트들은 이번 개정이 기존 규제보다 더 강력해 업계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은 총 14건이며, 이 중 8건이 대형마트 영업 제한 관련이다. 대부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으며, 일부 법안은 이전 정권 시절 발의됐으나 새 정부 출범으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송재봉·오세희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 등 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로, 민주당은 해당 안을 본회의 주요 처리 법안으로 포함하고 있다. 3월 민생연석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뤘다.

현재 대형마트는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가 있으면 한산한 평일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마트는 점포 155곳 중 63곳, 롯데마트는 111개 중 39곳이 평일 휴업을 시행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는 일요일 등 공휴일에 무조건 휴업해야 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공휴일 매출이 평일 대비 2배가량 많다"며 "공휴일이 의무휴업일로 지정되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법이 시행된 지 13년이 된 만큼 시대에 맞는 개정안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규제 쪽으로 가닥이 잡혀 당황스럽다"며 "온라인 유통 거래액이 오프라인을 넘은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 강화가 소상공인 보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유통법 규제 강화를 명시하는 법안도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민주당 의원 5명 등은 백화점·면세점도 영업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역 협력 계획 미이행 시 강제금 부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대형 유통사가 입점 브랜드에 임대료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2010년대 초까지 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매출을 냈던 대형마트는 2012년 유통법 도입 이후 출점·새벽 작업(배송) 규제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대비 0.8% 감소해 주요 유통 채널 중 유일한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실적도 하락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중인 지역화폐 정책 역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용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역화폐의 본질은 대형마트가 아닌 소상공인, 골목상권,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유통법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이 전통시장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오프라인 시장의 구조적 쇠퇴만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법 시행 이후 동반 침체에 빠졌다.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는 유통법 이후 각 10여 개씩 줄었고, 통계청에 따르면 전통시장도 2013년 1502개에서 2023년 1393개로 109곳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커머스 등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최저가 정책, 테넌트(임대) 비중을 높인 복합쇼핑몰 전환, 무인계산대 도입 등으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이는 마트 간 과잉 경쟁과 인력 구조조정을 심화시켜 자영업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유통 전반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전체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일부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기조와 최근 홈플러스 매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이 즉시 강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당론에 따라 유통 규제 강화가 예상되지만, 경기 침체로 당장은 강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현재 대형마트 규제는 각 지자체에 맡긴 상황으로, 지역별 상권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에도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이나 사전 구매로 대체하고 있어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의무휴업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면 과감한 개선이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온라인 유통, 대형마트,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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