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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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1분기 대체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평가익이 증가한 결과, 투자부문에서 깜짝 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다만 본업인 보험손익의 부진이 깊어진 데다, 재무건전성도 크게 악화됐다. 설상가상 중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올해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실적이 공개된 금융지주계 6개 보험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5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해당 호실적을 견인한 것은 상위 보험사인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로, 순익이 각각 8.2%, 7.1%씩 성장했다. 하나생명 역시 121억원의 순익을 기록, 작년 1분기(45억원) 대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KB라이프의 1분기 순익은 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의 경우 적자 규모가 77억원, 9억원으로 전년 동기(-43억원, -9억원) 대비 확대됐다.

주목할 점은 실적의 질이다. KB손보와 신한라이프의 경우 본업이라 할 수 있는 보험손익은 각각 2631억원, 1855억원으로 일년새 28.6%, 7.6%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험손익 감소 배경으론 신계약 축소와 전분기 기저효과 등이 꼽힌다. KB손보는 "작년 1분기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적립금 환입 기저효과"라고 밝혔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1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신한라이프 역시 "신계약 감소 영향으로 보험손익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제도적 영향도 불가피하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등으로 지난 4분기 CSM 조정이 대거 발생하면서, CSM 잔액이 감소한 채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주계 상위 보험사인 KB손보·라이프, 신한라이프의 1분기말 CSM 잔액은 19조3424억원으로 전년 대비 0.4% 줄었다.

여기에 연초 호흡기 질환 등으로 예실차가 악화된 데다, 폭설·한파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보험의 손해율이 큰 폭 늘었다. 단적으로 KB손보와 KB라이프의 손해율은 82.8%, 63.8%로 각각 2.9%p, 7.2%p씩 악화됐다.

그럼에도 실적이 대체로 개선된 배경은 투자부문이다. 일례로 KB손보와 신한라이프의 투자손익은 각각 1656억원, 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50.0%씩 개선됐다.

투자손익 개선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기보유한 유가증권 등의 평가손익이 영향을 미쳤다. 연초 2.5%에 육박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현재 2.31%선까지 하락하는 등 금리하락 사이클이 이어지면서, 기보유 채권의 평가이익이 크게 늘었단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올해 실적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제도적 조정과 할인율 하락으로 순자산이 줄면서, 지급여력비율(K-ICS)이 큰 폭 하락했다.

실제 KB손보·라이프, 신한라이프의 1분기 말 평균 지급여력비율은 204.3%로 전년 대비 44.9%p나 급감했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에 대응코자 보험사들이 1분기 발행한 자본성 증권 규모만 4조7250억원으로, 작년 4분기(4조1050억원)에 이어 분기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매출 감소 역시 우려되는 항목이다. 4월부터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CSM 환산 배수 자체는 회복될 전망이나, 신계약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초 절판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당긴 만큼 기저효과에 의한 2분기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

금리 역시 변수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단기적으론 투자손익을 높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신규 투자 수익률 저하를 초래해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발행된 채권에 대한 이자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여기에 할인율이 떨어질 경우 자산과 부채의 미스매칭이 확대돼 자본건전성이 추가 악화될 수 있다. 이날 금융위가 지급여력비율의 권고 수준을 현재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하면서 숨통이 트였단 평가도 나오나, 최근 예고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까지 감안하면 자본확충 부담은 여전하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제도 영향도 있고, 고금리 효과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실적 자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업권 전체로 보면 안 좋게 나올 수도 있다"며 "여러 모로 불확실성이 큰 시점인 만큼, 올해는 실적보다 내실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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