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9개월간의 긴 협상 끝에 조선업계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4일 조선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확정된 지난해 하반기 후판 공급가는 톤(t)당 70만원 대 후반으로, 2023년 상반기(100만원 대) 대비 약 20% 하락했다.
이번 가격 하락은 중국산 저가 후판 공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산 후판은 국산 대비 20% 가량 저렴해 조선사들의 대체재로 부상했으며, 수입량도 2021년 47만t에서 2023년 138만t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중국산 후판 의존도는 3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전체 수입 비중도 60%를 넘겼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등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했으나, 조선업계가 중국산 후판을 적극 활용하며 가격 동결을 주장해 협상에서 밀렸다. 후판은 철강업체 매출의 10~20%를 차지하는 중요한 품목이지만, 연이은 가격 하락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조선 및 철강업계는 올해도 후판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철강업체들은 반덤핑 관세 부과와 원자재 상승을 근거로 가격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건조 비용 절감을 위해 가격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도 있을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양측의 대립이 이어질 경우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며 "현재 후판 가격이 원가 이하 수준으로 형성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