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둔화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내년 1.8%란 전망치에 대해 실질적인 펀더멘탈이 반영된 수치라고 질타하며, 더 나은 도약을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1.8%)과 관련해 "1.8%란 성장률이 굉장히 낮으니, 이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1.8%로 유지했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사실상 하향 조정이란 평가다.
먼저 이 총재는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계엄사태 이후 소비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국면이었고, 이후로도 소비나 건설 쪽 데이터가 좋지 않다"며 "또한 기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라 반영한 정보가 없었는데, 관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좀 더 성장률이 낮아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관세정책 등의 요인에 수출도 어렵고 전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다. 우리만 잠재성장률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며 "고령화로 노동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그간 구조조정을 없이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 왔다. 사실상 기존 산업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새로운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감내하기 어려워서 방치한 것이라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규모 추경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 전망치에서 1.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했을 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다.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추경을 하길 바란다"며 "개인적으론 20조원 이상의 규모로는 안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올해 1.5%, 내년 1.8% 성장을 예상하셨다. 이처럼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이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1.8%란 성장률이 굉장히 낮으니, 이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그런데 저는 내년 1.8%란 성장률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관세정책 등의 요인에 수출도 어렵고 전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낮다. 우리만 잠재성장률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또 하나는 우리가 과거의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그간 구조조정을 없이 기존 산업에만 의존하고 있었는데, 해당 분야에서 중국 등이 치고 올라왔다.
지금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노동력은 계속 떨어지고, 기존 산업은 경쟁에 힘들다. 1.8% 이상의 성장을 위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 낮춰야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등 더 어려워 질 거라 본다.
개인적으로 내년도 성장률이 1.8%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의 실력다. 더 높은 성장을 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어렵더라도, 그걸 해야 된다는 게 저의 메시지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전망이 궁금하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에서도 현 2.7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다.
나머지 2명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셨다.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건 변화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다만 6명 모두 통화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으며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하자는 데에서는 공감했다.
-시장에서 금리인하 여력이 이번 인하를 포함해 1~2번 정도로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떻게 보시는지?
△이번 인하를 포함, 올해 2~3회 정도 낮추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으로 알고 있다. 현재 1.5%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며 내재적으로 금리정책 관련 가정을 했는데, 지금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정 경제전망을 보면 한차례 인하로는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리인하 속도를 더 내야하는 것 아닌지?
△금리인하를 멈춰야 한다는 견해는 크지 않다. 1.5%라는 성장률을 감안하면 인하 전망이 유력하다. 그 시점이 빨리 내릴 거냐 아니면 상황을 보면서 조절할 거냐의 차이다.
다만 인하시기와 관련해 경기 외에도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특히 1.5%란 경제성장률을 올해 예측하는 데 이미 금리가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 이상의 성장률이 필요하다면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당연히 필요하다. 금리정책으로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부탁드린다.
△계엄사태 이후 소비심리 위축 등이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만 보면 경기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 국면이었고, 그 이후로도 소비나 건설 쪽 데이터가 좋지 않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라 반영한 정보가 없었는데, 관세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좀 더 성장률이 낮아진 부분이 있다.
-작년 두차례 금리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 금리인하로 인한 내수부양 효과가 적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다. 작년 5월 이후 미국 금리인하 전망 속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유입됐고, 이를 선반영해 5월 이후 금리가 많이 떨어졌다. 선반영된 측면을 같이 봐달라.
가산금리도 말이 많다. 다만 거시건전성 규제 여파에 신규대출에 대한 금리는 여전하지만, 기존대출까지 합산해 보면 가산금리가 많이 떨어졌다.
-가계부채는 금리인하에 대한 부작용 우려는 없나?
지금까지 보면 서울 지역 부동산 부문은 확대됐지만, 다른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가계부채는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월은 다소 올랐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오르지 않았다고 본다.
어떤 규제가 완화돼 특정 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걸 통화정책으로 어쩔 수 없다. 다만 저희는 가계부채가 GDP 대비로 떨어도록 하는 것이 정책목표다.
-트럼프 출범 이후 첫 금통위다. 한달간 트럼프 통상정책에 대한 평가와 파급효과는?
△1.5% 성장을 가정한 것에 이미 반영됐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등은 이미 반영됐고, 이젠 주요국 관세 효과 등을 함께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국 10% 추가 관세 시점이 당겨지며 1분기부터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교역국에 관한 관세도 내년부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했는데, 올해 중순 넘어서면 영향이 미칠 거라 본다.
가장 큰 문제는 상호관세보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분이다. 일부는 반영됐지만, 1.5%가 낙관적이라는 예측도 나오더라. 여러 가정에 따라 좀 더 낮게 볼 순 있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도 상하방 리스크가 있고, 재정적으로 추경이 된다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크다.
-지난 금통위에서 추경 규모로 20조원을 언급하셨다. 만약 추경이 20조원을 초과시 통화정책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재 1.5% 성장에서 15조~20조 추경을 반영하면 1.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했을 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이다. 부작용이 크다.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마이너스다.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추경을 하길 바란다. 20조원 이상의 규모로는 안 했으면 한다
-부동산 PF에 묶인 돈이 200조원에 달한다. 이를 순환시켜야 효과적일텐데 F4회의 등에서 논의할 계획은 없나?
△과거 신산업을 개발하기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봤다. 이에 리스크 관리 없이 은행도 대출을 많이 해줬고, 실제 많은 자금이 부동산에 가 있다. 지금은 이를 조정하는 국면이다. 최근 언급된 기업 회생 신청 등도 이미 구조조정 계획 안에 들어가 있다.
-오늘 기준금리 인하로 중립금리 밴드에 들어갔다고 보시는지? 추가 인하에 대한 시장 경계감은 과도한가?
△2.75% 정도면 중립금리 모델 상단에 있다고 본다. 아직 중간값에는 멀었다. 지금 우리는 금리인하기에 있지만, 얼마나 빨리 인하할지는 보고 판단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작년 8월과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하며 인하 타이밍을 놓쳤단 지적을 많이 받았다. 다만 8월에는 가계부채, 1월에는 환율 때문에 늦췄고, 결과적으론 금리인하 시기를 늦춘 것이 해당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재정보단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보시는지?
△기본적으로 한은과 KDI의 견해가 크게 다르진 않다. KDI 역시 금리를 2~3차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변수도 보기 때문에 낮추는 시기에서 차이가 난다. 다만 추경이 필요없다는 KDI 측의 의견은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관세정책은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구조적 변화인가?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문제인가?
△결국은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할 문제다. 다들 우리나라가 수출 중심의 경제라 이해하며, 관세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성장률에 순수출 영향은 과거와 달리 굉장히 적다. 이미 우리의 경쟁력이 많이 낮아지면서 수출 증대를 통한 낙수효과 등이 있었던 과거와 차이가 있다. 기존 산업의 경우 관세 영향을 크게 받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순 있지만, 지금 성장률을 보면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단적으로 우리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새로운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회적인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서 방치한 것이라 본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추경과 관련해 20조원 이상 안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추경 규모가 예상을 뛰어 넘을 경우 금리인하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추경은 정부가 결정하는 문제다. 과거 재정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계엄사태 때문이었다. 당시 경제와 정치 문제가 엮여서 혼선이 있었고,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정치 중립적 입장에서 어느 정도 견해를 냈다. 현 시점에 중앙은행 총재가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와 별개로 추경이 큰 폭 증가하면 이를 반영해 전망치에 넣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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