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총)
(사진=경총)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내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인력과 예산을 늘렸으나 과도한 서류 작성 등으로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내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안전투자 현황 및 중대재해 예방정책 개선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경총은 이번 조사에 대해 "중처법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상황에서 사업장의 안전관리 실태와 애로사항, 중대재해 예방정책의 효과성 등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과 개선방향을 파악하고자 실시됐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대비 안전업무 수행 인력이 늘어난 기업은 전체 63%로 나타났다. 안전인력은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중처법상 전담조직 인력, 현장 안전요원 등을 말한다. 증가 인원 수는 1000명 이상 사업장 평균 52.9명(20%), 300인~999인 3.9명(48%), 50인~299인 2.6명(71%), 50인 미만 1.9명(133%)으로 나타나 대형 사업장일수록 인력 증가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예산이 2021년 대비 늘어났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 72%로 나타났다. 안전예산은 안전인력 인건비, 유해·위험요인 시설 개선비, 보호구 구입비, 컨설팅 비용, 안전교육비, 협력사 지원비 등 안전관리 업무에 투입되는 비용 등을 말한다. 증가 예산액은 1000명 이상 사업장 평균 627억6000만원(27%), 300인~999인 9억1000만원(57%), 50인~299인 2억원(97%), 50인 미만 5000만원(131%)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답한 대기업, 중견기업은 대부분 인력과 예산이 늘었으나 50인 미만은 절반 정도만 증가라고 답했다. 경총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전문인력 확보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투자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컨설팅과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했다. 

인력과 예산이 늘어났음에도 조사기업 중 62%는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과도한 서류작성에 따른 행정력 낭비'를 꼽았다. 중처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할 전문인력들이 절차서, 매뉴얼 및 반기 1회 점검 등의 이행증빙 서류를 준비하는데 투입돼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경총은 판단했다. 

정부의 산업안전정책이 사망재해 감소에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 중 5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조사기업의 50%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정책으로 '감독정책을 처벌에서 지도·지원으로 전환'을 선택했다.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불합리한 안전보건기준 발굴 및 개선(5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반면 '부정적' 응답은 중처법 시행 이후 대폭 증가된 산재예방예산 대비 사고사망자 수가 더디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현재 중처법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기업의 71%가 '전부 완료'라고 답했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53%로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지난해 1월 27일부터 중처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경총은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이 불명확한 중처법 의무를 정부의 일회성 지원만으로 모두 이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처법 개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81%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시급히 개선할 사항으로 47%가 '안전·보건 관계법령 등 경영책임자 의무 구체화'를 선택했다. 

경총은 이러한 결과는 중처법 제정 당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경영책임자 의무사항의 불명확성과 과도한 처벌기준이 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못했고 중처법 위반으로 대표이사에게 무거운 형벌이 선고되는 상황이 계속됨에 따라, 이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조사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됨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들이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사망재해 감소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며 "기업의 안전투자가 실질적 산재감소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처법 등 실효성이 낮은 안전법령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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