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보험업권이 신뢰를 얻고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고 본다. 덮고 지나가는 것 없이 모든 걸 이슈화하고 개혁하겠다."

올해 5월 개최된 1차 보험개혁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의 일성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보험사는 유례없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과당경쟁과 단기성과에 치중한다는 꼬리표를 달면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시작으로 업계에 메스를 들이댔다.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보험업계 역시 당국의 제도 조정과 금리인하기라는 환경적 특수성까지 겹쳐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이에 보험개혁회의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보험업권의 올 한해를 되짚어본다.

◇신뢰회복과 혁신 위한 보험개혁회의 출범···5차까지 마라톤

지난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한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했다.

IFRS17 도입 이래 과당경쟁 확대, 고수수료 등 소비자 부담 전가, 불완전판매, 실손보험 과잉진료 등 여러 문제점이 불거진 가운데, 소비자보호 및 건전성 강화를 통한 국민의 신뢰회복과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당국은 이달 16일까지 5차에 걸쳐 회의를 진행, 60개 이상의 다양한 과제를 검토해 K-ICS 해지위험액 정교화, 사업비 집행 합리화, 재무정보 투명성·책임성 강화,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실적부풀리기' 논란에···칼 빼든 당국

올해 보험개혁회의를 통한 개혁은 새 회계제도 도입 후 불거진 보험사간 실적부풀리기와 과당 경쟁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누적순이익이 13조3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했다. 지난해 보험사 순익이 일년새 45.5%나 뛰었음에도, 역대급 순익을 다시 경신했단 평가다.

비결은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현재 가치로 산정한 CSM이다. 계약 초기부터 수익으로 인식되는 제도 특성을 활용, 보험사들이 초기 상각률을 높이거나 자의적으로 해지율 가정을 높이는 방식으로 실적을 부풀렸단 논란이 제기됐다. 실제 올해 초 납입기간이 짧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급증했으며, 보험사간 신계약 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당국은 과당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생보사의 단기납 종신보험과 손보사의 무저해지 상품 관련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원칙모형을 적용, 보험사의 요구자본을 늘리는 방향의 개선안을 마련했다. 또한 내년 1월부터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를 통해 부풀려진 실적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계엄사태로 좌초된 실손보험 개혁···기약없이 논의만

5차에 걸친 보험개혁회의에도 끝내지 못한 과제가 산적했다. 사실상 배제된 실손보험 개혁안이 대표적이다. 비급여 의료 항목의 과잉 이용 등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실손보험 개편 필요성이 커졌지만, 관련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5%이며, 이 중 현재 판매되고 있는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0.6%에 달한다.

이에 당국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협업해 비급여 진료의 횟수와 범위·가격 등에 대한 정부 통제와 실손 상품 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의료단체가 계엄사태에 이탈하면서 특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결국 26일에서야 실손보험 개혁 논의가 재개됐지만, 2차 의료개혁 방안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설상가상 정국 불안 속 금융시장 리스크가 불거지며, 실손보험 개혁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무건전성 확충 경쟁 '활활'···금리인하기, 제도 변경 여파

또 다른 특이점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보험사간 자본확충 경쟁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7조2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8%나 급증했다.

자본증권 발행 경쟁이 확산된 원인은 금리인하기 재무건전성 우려 때문이다. 통상 자산 대비 부채 만기가 긴 보험사의 경우 금리가 내려갈수록 자산 대비 부채가 커지게 된다. 부채가 커질수록 요구자본이 늘고, 이는 지급여력비율을 비롯한 재무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뿐만 아니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무·저해지상품의 해지율 강화 등의 영향으로 지급여력비율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채권 비중이 높은 투자포트폴리오 특성상 자산 운용 수익 대비 보험금이 더 나가는 역마진 우려는 덤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1차 보험개혁회의서 금감원은 "부채평가액이 커지는 금리하락기에 대비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키도 했다. 또한 보험부채가 과소평가된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내년에도 보험가산 자본확충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제도 관련 공방 속 얼어붙은 M&A 시장···성사 '0건'

당국의 제도 관련 메스질이 거세지면서 M&A 시장도 얼어붙었다. 실제 보험사 관련 인수합병(M&A)이 다수 거론되고 있었지만, 올해 성사된 건은 전무하다.

먼저 우리금융의 인수가 예상됐던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가격 문제로 무산됐다. 몇 년째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KDB생명의 경우 새 주인으로 하나금융이 거론됐으나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지며 좌초됐으며, 현재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이 검토되고 있다.

M&A 단골 매물로 거론됐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우리금융의 인수가 기정사실화됐었지만,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논란으로 인수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다자보험과의 계약상 인수 마감기한이 내년 8월까지로 형성된 가운데, 금감원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5수만에 매각에 성공한 MG손해보험 역시 변수가 크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 측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다. MG손보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실사 과정에서 인수가 무산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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