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자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연합)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안덕근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연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앞서 정부는 여러 차례 정책 발표를 통해 그간 묶여있던 규제를 완화하고 정비사업을 지지하는 주택 공급 방안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만약 탄핵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내놓은 공급 로드맵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 우려를 낳는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는 취임 첫해 8.16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지난해 9.26 대책, 올해 1.10대책과 8.8 대책을 통해 모두 300만호에 달하는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정책은 대부분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9.26 대책에선 공공분양 확대를 주문하며 임기 중 24만5000가구의 공공분양 물량 공급을 약속했다. 이어 올해 1월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주고자 준공 후 30년이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발표했다.

올해 8.8대책에선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 △고양대곡 역세권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지구의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 및 서울 인근 신규택지를 지정, 총 8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들 정책을 시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그러나 정비사업 기간을 줄여주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비상계엄이 발발했고, 입법을 추진해야 할 동력은 다른 현안으로 눈을 돌린 상태다. 이런 상황인 만큼 '공급 속도전'에 대한 주문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약 24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3기 신도시 개발은 토지보상, 인허가 절차 지연 등으로 속도가 더뎌 당초 계획했던 2023~2024년 착공, 2026~2027년 입주라는 목표에서 이미 크게 벗어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집행 주체인 국토부나 LH등이 인사 변화로 기능이 일시 마비되면 3기 신도시 등 일부 사업 지연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3기 신도시보다도 문제는 현 정부에서 신규택지로 지정한 곳인데, 일부는 사업 착수도 아직 안 된 만큼 정권이 바뀌면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법안도 당분간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정부가 지난 6월 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야당이 강력히 반대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 1인당 얻는 이익이 평균 8000만원을 넘으면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아파트는 재건축 시 세대수가 늘기에 수익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사업성이라고 하는데, 이를 환수하게 되면 재건축을 하는 의미가 크게 없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결국 재건축이 소극적이게 되면 주택 공급이 축소된다는 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가장 큰 불안은 2026년 이후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등 서울 등 수요가 높은 곳에 주택이 제대 공급되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연 평균 50만가구 안팎이던 전국 아파트 착공 물량은 지난해엔 반 토막으로 줄었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장기 표류 위기에 놓인 법안 중 취약계층을 지원하거나 기초적인 주거 안전시설 확충, 주택 실수요자를 지원하는 법안들이다.

특히 주택 임대차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 '2+2년 계약'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을 '연 5%'로 제한한 전월세 상한제로 구성된 '임대차2법' 폐지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윤 정부는 임대차2법이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당초 취지와 달리, 4년 치 가격 상승분이 한꺼번에 전셋값에 반영되면서 서민 주거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윤 정부가 추진 중이던 '공시가율 현실화 로드맵' 폐지(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도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예전부터 재건축‧재개발 촉진과 관련된 여야의 의견이 많이 갈렸는데 이번 탄핵 정국이 만들어지며 법안 통과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다만 세제 등에 있어선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야당도 어느 정도 안을 조정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 정책은 특히나 미래를 보고 추진해야 한다"면서 "당장의 사정으로 중도 폐기하거나 내용이 변경되면 힘들다. 때문에 이번 일로 국회가 논의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주택 정책을 주도하는 국토부도 비상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은 현재 한덕수 국무총리에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공급 정책은 수년을 두고 하는 진행하는 만큼 주택 공급 흐름이 크게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