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2017년부터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이 선고기일을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 여부도 여기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 사유에 대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 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은 이재용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상황 악용했다. 피고인들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 정의와 자본시장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합병을 찬성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주들을 기망했지만, 합병 찬성 결과는 국익 아닌 특정 개인 이익과 투자자 다수의 불이익이었다"며 "이 사건 판결은 향후 기업구조 개편 및 회계처리 방향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원심은 3년 넘게 80명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면서 수많은 증거들에 대해 자세히 심리한 결과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러나 정작 검찰이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한 증거는 사실상 공소사실 하나에 대한 증거 2개에 불과해 원심 판결의 부당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다.

또 "합병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의 측면에서 사업적 필요성에 따라 추진됐고 합병 후의 시장 평가도 긍정적"이라며 "합병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을 뿐 아니라 엘리엇이 불리한 측면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허위사실을 알리거나 실체를 은폐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또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할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며 "평생 회사에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달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대법원 상고심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항소심 재판 결과가 1심과 같은 무죄로 나올 경우 이 회장 측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1심 결과를 뒤집고 실형이 선고된다면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만에 하나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면 최근 악재를 맞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면 현재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를 중심으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새롭게 대표이사로 선임돼 2인 체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사업을 유지하는 차원의 경영은 가능할 수 있지만, 대외 업무에는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미(對美) 접촉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부재는 뼈 아플 수 있다. 

이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미국 정부·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기업 대표 간담회에 해외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바 있다. 또 2019년 트럼프 방한 당시에도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과 참석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반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과 만나 양국 기업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미국 출장을 떠나 버라이즌, 아마존, 퀄컴, 메타 등의 CEO와 연쇄 회동을 가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팔로 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자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재계에서는 그동안 이 회장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사면 건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만큼 이번 재판에서도 무죄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재 위기 극복을 위해 재계 안팎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이 시기에 이 회장이 부재한다면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2021년 이 회장의 사면을 건의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임원·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침체되고 파운드리가 장기 부진에 빠진 만큼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DS부문은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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