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최근 태영건설이 주식거래 정지 요건에서 벗어나면서 주식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지난해 건설 경기 침체를 직격탄으로 맞은 신세계건설은 사업재편을 위한 상장폐지를, 알짜 자회사를 편입한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각 사가 상장과 비상장을 활용해 경영 활로를 찾고 있다는 평가다.
7일 현재 거래소에 등록된 건설업종 상장사는 총 82개(우선주 포함)다. 그 중 태영건설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 유지가 결정되고, 지난 31일부터 증권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 3월 14일 주식 거래가 정지된 뒤 약 7개월 만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업 재무 구조 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연결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5617억원을 기록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태영건설은 지난 1월 윤세영 창업회장을 의사회에 복귀시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하고,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개선 절차를 진행했다.
우선 자산총액 대비 5.21% 수준에 해당하는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해 2250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4.22% 수준에 해당되는 경북 소재 골프장 등도 매각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8월 폐기물처리업체 에코비트의 지분을 2조700억원에 전량 매각하는 계약을 채결하면서 재무에 힘을 보탰다. 또 정관을 변경해 회장 등을 포함한 임원 22명의 퇴직금을 줄였다.
이 외에도 대주주 및 기타주주 차등감자, 제 3자배정 유상증자(출자전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해 나갔다. 그 결과 회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 총계 2조7556억원, 부채 총계 2조3508억원, 자본 총계 404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고, 주권의 매매 거래 정지를 해제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그룹의 큰 계열사 매각은 모두 마무리됐고, 회사가 가지고 있는 호텔 등의 매각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외에도 토목·환경 분야에서 안정성 높은 공공공사 수주에 적극 나서 기업 실적 개선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상장을 추진하는 또 다른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다. 회사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전 지분투자)를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2026년까지 상장을 약속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배당 수익을 올려주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상장설이 꾸준히 돌았지만, 목표한 기업가치를 받기 위해선 재무 개선이 일부 필요하단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며 재무가 일부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2670억원, 영업이익 126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500억원이 감소했다.
다만 재무는 회사가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란 그룹 내 알짜 두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일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는 1243억원으로, SK에코플랜트 영업이익의 71%에 달하는 수치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현재 IPO 관련해선 상장 예비 심사 청구 이전 단계로, 기존에 발표된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포트폴리오 관련해선 환경·에너지 사업은 꾸준한 성장세에 있고, 이번에 조직 개편으로 신설한 반도체 사업 등은 내년 정도 돼야 성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상장사인 신세계건설은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 중이다. 신세계건설은 자사 주택브랜드 '빌리브'를 내세워 당시 부동산 주목받던 대구를 중심으로 지방에서 대거 분양에 나섰다. 그러나 이후 건설 경기가 침체해 미분양과 PF리스크가 발생했고,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2022년 120억원이던 회사의 영업손실액은 지난해 1878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643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신세계건설은 외부간섭을 원천 차단하고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된 기업은 주요주주의 변동 현황을 물론 인수·합병(M&A)이나 보유 자산을 팔 때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가져 기업 경영활동에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부거래 등 경영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신세계건설은 스타필드 공사 등 그룹사 내부거래가 높은 건설사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회사의 전체매출에서 특수관계사(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상반기 19.4% △2023년 상반기 28.3% △올해 상반기 32.5%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지난 1월 신세계영랑리조트법인 흡수합병 영향으로 이마트(대주주) 지분율이 기존 42.71%에서 70.46%로 급등하며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상장폐지 후 신세계건설은 이마트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며 별도 법인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이마트가 상장폐지를 결정했고, 경영판단을 존중한다"며 "절차는 내년 초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