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인'을 위한 합병
[기자수첩] '타인'을 위한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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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불보실(得不補失).' 얻은 것으로 잃은 것을 메워 채우지 못해 결국 손해가 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으나 독과점 문제로 발목이 잡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두고 하는 말이다.

2020년 11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던 그 해, 국가 기간산업종 중 하나였던 아시아나항공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시장에서도 "코로나19라는 악재 속 전 세계 항공사들의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손을 맞잡는 것은 가장 현실적 방식"이라며 합병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2년 동안 두 회사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터키 등 필수적으로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하는 총 9개 경쟁당국을 포함해 호주, 싱가포르, 영국 등 5개 임의신고 국가 등 총 14개 국가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하며 M&A 작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양사 결합에 가장 큰 과제로 지목됐다. 장거리 대부분의 노선을 대한항공이 운영하게 되면 시장 경쟁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미국 경쟁당국도 현재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해오던 일부 인천~로스엔젤레스(LA) 노선 이원권을 타 항공사에게 넘기고,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하는 입장이 됐다. 

문제는 미주뿐 아니라 유럽 등 주요 허브노선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회수)까지 넘겨줘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현재 보유한 항공기로는 장거리 운항이 불가해 대부분 외항사들이 노선 대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장거리 노선 대체 필요 항공 편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사가 운항하는 유럽·호주·미주 노선의 운항 편수(2019년 기준) 주 183회 중 69회를 다른 항공사가 대신 운항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두 국적사 합병으로 핵심 해외 허브노선을 해외 항공사에 과다하게 내어주는 것은 결국 자국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합병을 유도한 정부도 항공산업 재편 과정 속 국내 항공사들을 지원해 함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M&A가 한국 항공산업 경쟁력울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승자의 저주' 함정이 돼선 안된다. 합병 당사자 기업들과 정부는 왜 양대 국적사가 합병해야 하는지 당초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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