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 짓눌린 韓 금융시장···주가 '연저점'·환율 '연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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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 급락, 外人 6600억 '팔자'···삼성전자, '또 신저가'
코스닥, 장중 4% 폭락···환율 1292.4원 12년11개월 새 최고
코스피와 코스닥이 20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와 코스닥이 20일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경기침체 공포가 연일 국내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외국인의 뚜렷한 매도세에 2~3% 급락하며 연저점을 재차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1290선을 넘어서며 12년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0일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49.90p(2.04%) 내린 2391.03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8.96p(0.37%) 상승한 2449.89에 출발한 지수는 장중 낙폭을 2.81%까지 확대하며 2372.35까지 고꾸라졌다. 2거래일 연속 연저점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종가가 2400선을 밑돌았으며, 지난 2020년 11월4일(2357.35)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투자주체별로 외국인이 6659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835억원, 44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매수, 비차익거래 매도 우위로 총 4170억81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고, 이후 경기 침체 공포가 불거졌다. 고물가를 잡겠다는 연준은 7월에도 최대 0.75%p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지수가 급락한 데는 반도체 업황 우려 및 경기 침체 경계심이 작용했고, 주말 사이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4원대를 돌파해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세도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 전기가스업(-4.52%)을 필두로 종이목재(-4.46%), 철강금속(-4.08%), 운수창고(-3.72%), 건설업(-3.65%), 기계(-3.27%), 증권(-2.78%), 의료정밀(-2.56%), 비금속광물(-2.54%), 섬유의복(-2.46%), 유통업(-2.29%), 서비스업(-2.21%), 전기전자(-2.04%), 금융업(-2.02%), 제조업(-1.93%) 등 대다수가 하락했다. 통신업(0.16%)은 홀로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하락 종목이 우세했다. 대장주 삼성전자(-1.84%)가 장중 5만81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재차 경신했다. 카카오(-3.60%)와 NAVER(-1.47%)도 각각 장중 23만4000원, 6만9600원을 터치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29%), SK하이닉스(-1.97%), 삼성바이오로직스(-1.20%), LG화학(-1.04%), NAVER(-1.47%), 카카오(-3.60%), 기아(-0.79%) 등도 지수 급락을 주도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58곳)이 상승 종목(62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0곳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77p(3.60%) 내린 769.92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5.79p(0.72%) 오른 804.48에 출발한 직후부터 낙폭을 크게 확대해 나가며 막판 4.44%까지 급락, 763.22를 터치하기도 했다. 이날 기록한 종가는 2020년 7월8일(765.96) 이후 근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연고점을 뚫어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87.3원) 대비 5.1원 올라선 1292.4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2009년 7월14일(1293.0원) 이후 1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장중으로는 1295.3원을 기록해 코로나19 공포가 극심했던 2020년 3월19일(1296.0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역외환율시장의 갭업 흐름을 반영해 오전 3.7원 높은 1291.0원으로 개장한 뒤 오전 빠르게 오름폭을 높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7월에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75bp(1bp= 0.01%)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강(强)달러 베팅이 꾸준히 들어왔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초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할 것이란 발표로 달러 숏(매도) 포지션을 잡았던 물량들도 되돌리면서 장 초반 환율 상승압력이 두드러졌다.

다만, 오전 빠르게 환율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1295원대에 들어서자 당국에서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고, 당국 경계 심리가 커지면서 다시 1280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시장 불안심리가 과도할 경우 관계 당국이 적절히 필요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환율 하락 압력에 힘을 보탰다.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를 절하 고시했지만, 달러·위안 환율은 6.6위안대로 내리는 등 강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모멘텀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환율은 장 마감까지 재차 오름폭을 높이면서 연고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 모멘텀은 여전하다"면서 "다만 1300원을 돌파하게 될 경우 오버슈팅(단기 급등) 흐름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상당히 경계하려고 할 것이다. 환율 상승은 물가상승압력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1300원을 돌파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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