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가계대출 시장···8월 전세자금 수요 분수령될까
한풀 꺾인 가계대출 시장···8월 전세자금 수요 분수령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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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전세대출 4개월 연속 나홀로 증가세
임대차 3법 시행 2년 맞아 전세대출수요 '변수'
"전세대출수요 증가" VS "금리부담에 제한적"
서울시 전경.(사진=이진희 기자)
서울시 전경.(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안정세를 보이는 가계대출 시장에서 전세자금 대출이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 전세대출이 유일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오는 8월부터 전세대출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5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32조4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7613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4월과 비교해도 5851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2월 130조9411억원으로 130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불어나는 추세다. 3월(131조3349억원), 4월(131조8731억원)에 이어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감소세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5대 은행의 5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조3302억원 감소한 701조615억원으로 집계됐다. 잔액의 규모가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말과 대비하면 총 7조9914억원이 줄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5245억원 감소한 506조6723억원,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6613억원 감소한 131조7993억원이었다.

가계대출 감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크다.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지난 1월 도입된 DSR 규제 2단계 적용으로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가계는 추가 대출이 어려워져서다.

이와 반대로 전세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대출 수요도 많아졌기 때문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실제 KB부동산 리브온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올해 5월까지 19.8% 올랐다.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은 23.6%나 치솟았다. 신규 대출뿐 아니라 보증금 증액분을 대출로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규제 영향이 적은 전세대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시점은 올 하반기부터다.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2년이 지난 오는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다 쓴 세입자들이 전세 수요로 가세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행들은 대출 영업을 위한 준비도 마쳤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자 전세 계약 갱신 시 대출 한도를 '인상분'에서 '전셋값의 80%'로 복원시킨 바 있다. 전세대출은 DSR 규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전세대출 차주의 필요자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들도 대출 영업을 다시 활성화한 만큼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의 예상만큼 전세대출이 급증하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금리도 치솟으면서 전세 세입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전셋값 급등, 이자 부담 탓에 월세로 이탈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지속 상승할 여지가 큰 상황에서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4월엔 전국 전월세 거래량(25만8318건) 중 월세 거래량(13만295건)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추월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를 알아보다 비싼 이자로 인해 월세로 방향을 돌리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전세대출 취급액은 꾸준히 늘어날 테지만 증가세가 생각만큼 가파르진 않을 것 같고, 규제 완화 이후 규모가 큰 주담대의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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