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GDP 1.9% 서프라이즈···"V자 반등은 '아직'"
올 3분기 GDP 1.9% 서프라이즈···"V자 반등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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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기 대비 16% 급등이 성장률 상승 견인
"추세선 이르지 못해 V자 반등 주저"
"미·유럽 코로나 재확산 4분기 위험요인"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악화된 수출이 회복되면서 올 3분기(7~9월) 국내 경제성장률이 1.9%를 기록했다. 1분기와 2분기 잇따라 뒷걸음질 쳤던 한국 경제가 3분기 들어 2% 가까이 반등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장마·태풍 등 기상악화 영향으로 단기 충격 후 급격한 회복을 말하는 'V자 반등'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0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7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직전분기 대비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사태가 벌어진 후 1분기(-1.3%), 2분기(-3.2%) 역(逆)성장했던 것이 3분기 증가 전환한 것이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2%) 이후 11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3% 감소했다. 

3분기 성장률 1.9%는 국내외 전망치 1.3~1.4%보다 높은 수준이다. 1, 2분기 연속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준이 낮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 영향이 컸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락다운(이동제한) 여파로 꼬꾸라졌던 수출이 전기대비 15.6% 증가해 1986년 1분기(18.4%)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낸 덕분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월별 수출액은 지난 4월 전년동기대비 -25.6%, 5월 -23.8% 가파르게 하락했다가 6월(-10.8%), 7월(-7.1%), 8월(-10.2%) 등으로 점차 낙폭을 좁혔다. 지난달의 경우 7.7% 증가해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일평균 기준 5.9% 증가하며 완만한 수출 우상향 방향성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2분기 -4.1%p에서 3분기 3.7%p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분기에는 수출이 성장률을 4.1%p 끌어내린 반면 3분기에는 3.7%p 밀어올렸다는 뜻이다. 

반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에 영향을 줬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진 데다, 지난 8월말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강화로 민간소비가 다시 위축된 것이다. 사상 최장기간 지속된 장마와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도 민간소비 악화에 한 몫했다. 한은의 추세 분석 결과, 코로나19 재확산이 서비스업 등에 영향을 미쳐 성장률을 0.4~0.5%p 낮춘 것으로 추산됐다. 장마와 태풍 등 기상악화의 부정적 영향은 0.1~0.2%p 수준이다. 

건설투자도 전기 대비 7.8% 감소하면서 크게 악화했다.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 1분기(-9.6%)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상여건 악화로 조업일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집행이 늦어진 탓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분기 성장률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상당폭 반등, 경제 정상화를 위한 회복궤도에 진입했다"며 "위기 극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8월 코로나19 재확산 없이 2분기 수준의 소비 회복세가 지속됐다면 3분기 2%대 중반 수준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3분기 GDP는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성장했지만 고무적인 측면과 뼈아픈 측면이 교차한다"고 했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3분기 GDP에 대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면서 "많은 나라들이 '회복국면 진입'과 '장기침체'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3분기 플러스 성장은 상당히 값진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한은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3분기 성장률이 반등했지만 성장률 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작년 4분기 추세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한 만큼 'V자 반등'이라고 말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국장은 "3분기 1.9% 반등으로 연간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1.3%)를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최근 4분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추세라 이런 리스크 요인을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아직 연간 성장률은 전망치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추산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1.3%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 0.0~0.4%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올해 성장률을 달성하더라도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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