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투자한 미국 필리 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투자한 미국 필리 조선소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미국 내 연안 해상운송을 100년 넘게 보호해 온 '존스법(The Jones Act)의 폐지 법안이 미국 의회에 발의됐다. 이에 미국 조선업 진출을 모색 중인 국내 조선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며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한화그룹과 협력 중심의 전략을 펼치는 HD현대 간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은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을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 선적으로 등록하며, 소유자와 승무원이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로 한정된 선박에 한해 운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해운업과 조선업 보호 및 국가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시행된 존스법이 최근 들어 오히려 미국 조선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물류 비용 증가, 에너지 수입 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단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해운사들이 외국산 선박보다 비싼 미국산 선박 구매를 꺼리면서 조선업 일감이 줄고 미국 내 화물 운송 선박 수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다. 예컨대 하와이에서 소를 본토로 옮길 때 배 대신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미국 영토인 푸에르토리코가 존스법 요건을 충족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없어 베네수엘라나 러시아에서 연료를 수입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최근 미국 상원에서는 마이크 리 의원, 하원에서는 톰 매클린톡 의원이 '미국 수역 개방법(Open America's Waters Act)'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은 존스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발의 의원들은 통과 시 물류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평가한다. 

과거에도 유사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조선업계의 로비와 지역 이해관계에 막혀 무산된 전례가 있는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동맹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내 설비 투자를 통한 자국 조선업 재건을 우선시하는 기조이기에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더욱 선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존스법 폐지 논의 속 한화그룹이 지난해 1억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가 주목받는다. 한화오션이 지분을 보유한 필리 조선소는 미국 내 유일한 대형 선박 건조 민간 조선소로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는 전략적 이점을 가졌다. 이는 국내 기업 최초의 미국 조선업 진출 사례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존스법 폐지 시 필리 조선소의 독점적 지위가 희석될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고 있으나 반대로 타국에서 수주한 선박을 미국 현지에서 수리 및 개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화는 필리 조선소를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생산 능력 및 인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군함 건조업체인 '오스탈' 지분 확대를 통해 북미 방산·상선 시장 통합 수주 체계 구축을 모색 중이다.

HD현대는 과거 필리 조선소와 협력했으나, 한화의 인수로 협력이 불투명해지자 현지 최대 방산 조선그룹인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하는 전략을 선회했다. 존스법 폐지 시 현지 사업장 보유 이점이 퇴색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HD현대가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존스법 폐지는 한국에서 선박 건조가 가능해져 HD현대와 한화오션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업체들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울산 중소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있다. 한화는 지역 중소 조선소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 동반 성장을 추진 중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존스법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양국 협력의 필요성은 변함 없을 것"이라며 "이번 폐지 법안 결과에 상관 없이 국내 조선사는 각자의 방향성 대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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