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2' HD현대·한화오션···'트럼프 모시기' 물밑 신경전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차 방한이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내 조선소 방문을 두고 HD현대와 한화오션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 조선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APEC 방한 시 방문할 조선소에 무게 추가 기울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일정상 두 곳 중 한 조선소만 방문이 예상되며 이른바 '트럼프 모시기'로 양사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방한 기간 중 국내 조선소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조선소 방문은 조선 산업이 후퇴한 미국이 해군 경쟁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주목하는 까닭이다. 앞서 지난달 존 필린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 기간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하며 협력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다만 정상회의 일정상 트럼프 대통령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을 모두 방문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한 곳으로 방문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방문이 이뤄진 조선소는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곳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한 방문을 넘어,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해외 투자 유치 등 다양한 협력 기회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동선이 국내 조선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양사에 방문지 결정은 상대방에게 상당한 '내상'을 입힐 수 있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했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양사는 그동안 쌓아온 선박 건조 역량 및 미국에 대한 투자 성과를 비롯해 지리적 이점,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난 인연도 강조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업계는 두 기업 오너의 지난 대미(對美) 행보도 선택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HD현대는 APEC 개최지인 경주와 차량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울산 조선소의 지리적 근접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한민국 첫 전투함인 울산함을 시작으로 총 106척의 함정을 건조하고 이 중 18척을 해외에 수출했던 경험도 설득에 힘을 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해군 전투력 확보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기조에 따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직접 미국 해군사관학교에 방문해 미래 해양 분야 발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파트너로서 조선·해양 분야 혁신의 원동력을 함께 할 것"이라 전하며 양국의 관계를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이 1998년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했던 과거의 인연을 강조할 것이라 업계는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1억 달러(약 1362억원)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점, 미 해군 함정인 윌리 쉬라함과 유콘함의 MRO 계약을 체결하고 정비 작업을 수행한 경험도 섭외 과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대미 활동도 경쟁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 평가된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새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관계를 다졌다. 그는 현지에서 마크 루비오 국무부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고 더그 버검 내무부장관과 신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소 방문은 향후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MRO 사업의 핵심 파트너를 선정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다"며 "선택된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