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이진희 기자)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고가 한강변'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2구역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를 다투는 두 건설사는 △전용 홍보관 개관 △상표권 출원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압구정2구역을 선점해 압구정 전체 6개 구역 수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6월 중순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1982년 현대건설이 준공한 신현대아파트 9·11·12차 1924가구를 최고 70층, 2571가구로 탈바꿈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압구정역 초역세권 입지와 한강 조망, 현대백화점 등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랜드마크 단지'로,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삼성물산·현대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이 현수막을 내걸며 시공사 선정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 현대아파트 맞은편에 프라이빗 라운지 '압구정 S라운지'를 개관하며 수주 의지를 공식화했다. S라운지에서는 브랜드 홍보와 함께 미래 단지 모형, 설계 개요,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 층간소음 저감 등 첨단 주거 기술을 전시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압구정 2구역이 글로벌 랜드마크 단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업에 진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압구정 2구역을 시작으로 압구정 3구역 등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앞서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와 송파구 '잠실 우성 1·2·3차' 등 알짜 재건축 사업들을 포기하며 '압구정2구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터줏대감'을 자처하며 브랜드 정체성 계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압구정 현대 △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 △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4건의 상표권을 한글과 한자로 특허청에 출원하고,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해 우선심사를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는 50년간 강남 부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며 "해당 명칭에 대한 상표권 출원은 브랜드 보호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이는 '압구정 현대'라는 명칭이 무단 사용되거나 혼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체 불가능한 역사와 자산을 계승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상표권 등록 이후 명칭에 대한 권리를 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 '압구정 S라운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구 (사진=삼성물산, 김예온 기자)
삼성물산 '압구정 S라운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구 (사진=삼성물산, 김예온 기자)

건설사가 과거 시공한 단지의 명칭을 상표로 등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역 주민들이 강남 부촌의 상징인 '압구정 현대'에 갖는 자부심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 재건축 조합 측에서도 새 단지명에 '압구정 현대' 명칭이 들어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압구정 현대라는 명칭의 상표권 출원을 완료한다면 삼성물산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 측이 압구정 현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추후 상품 제안하는 과정에서 이런 (조합 측)바람을 포함해 적절한 네이밍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건설의 상표권 출원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회사는 최근 특허청으로부터 기등록 상표와의 유사성에 대한 보정을 요하는 의견제출통지서를 접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특허청으로부터 보완 자료를 요청받아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 후 추가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보완 요구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지구의 상당 부분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점을 들어 상표권 출원 명분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3차 사업은 현대건설이 맡았고, 4~14차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분리된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는 현대건설 및 당시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를 모체로 한 자회사를 통해 진행된 자체사업"이라며 "당사에서 '압구정 현대' 단지명 포함, 한자명 서체, 외관 컬러 등을 결정해 최초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압구정2구역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4개 구역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전 결과에 따라 압구정뿐 아니라 서울 주요 정비사업의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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