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입주를 넉 달 앞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메이플자이'(총 3307세대)가 공사비 갈등에 직면했다. GS건설은 약 49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했으며 조합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주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올해 강남권에 5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재건축 업계에서는 공사비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입주 4개월을 앞두고 공사비를 두고 소송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총 486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추가로 요청했다. 이는 조합원 1인당 약 1억5000만원에 해당한다. GS건설은 금융비용 등으로 발생한 2571억원의 추가 공사비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공사대금 소송을 제기했으며 설계 변경 및 특화 등 나머지 2288억원에 대해서는 조합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했다.
현재 준공이나 입주를 앞둔 대부분의 사업이 코로나19 이전에 수주한 사업들로 공사비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이야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주거용 건설공사비지수는 129.08로 3년 전보다 약 27% 상승했다. 철근 레미콘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이로 인해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늘었고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신청은 2020년 13건에서 2023년 3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인 36건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입주를 4개월 앞두고 GS건설이 공사비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공사 진행 중 충분한 협상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아파트(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재건축은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2021년에는 문화재 발굴과 마감재 등 설계 변경으로 사업 기간이 지연됐고 이에 시공사 측은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조합 측과의 협상 끝에 지난해 7월 공사비가 3.3㎡당 660만원에서 811만원으로 인상됐다. 또한 단지 차별화를 위한 외관 특화 및 조경 고급화 등을 반영해 3.3㎡당 847만원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위 사례처럼 공사 기간 중 양측 간 협상 시간이 충분했을 것으로 보는 업계의 시각이 있다.
올해 메이플자이가 위치한 서울 강남권에서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를 포함해 5개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현재 이들 단지에서는 공사비 갈등이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총 1097세대 중 일반 482세대)는 오는 11월 입주 예정으로 공정률은 1월 말 기준 59.27%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총 282세대 중 일반 72세대)는 오는 6월 준공 예정이며 공정률은 70%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총 1261세대 중 일반 176세대)의 공정률은 80%로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다. 또한 롯데건설이 송파구 신청동에 짓는 '잠실 르엘'(총 1865세대)은 올해 말 입주 예정이나 후분양 단지로 현재 세부 공사 일정을 협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시공사가 정비사업에서 갑이 돼 그 지위를 이용해 추가 공사비를 확보하려는 '벼랑 끝 전술'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시공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공사비 상승 요인이 분명한 상황에서 조합 측과 사전에 단계별로 협의를 진행했어야 했다. 입주를 코앞에 두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대조1구역이나 둔촌주공 사례처럼 공사 중단에 이르지 않도록 조합과 면밀하게 검토해 합리적인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전에는 조합이 갑이고 그 이후에는 시공사가 갑이라는 말이 있다. 입주를 앞두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시공사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각 사업장의 계약 사항이 다르지만 시공사와 조합 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설계 변경 및 특화 적용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사업 계획 및 기간 변경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건설 환경 변화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에 대해 조합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며 "회사는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제도와 서울시 코디네이터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입주 전 조합과의 공사비 협의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소송을 제기한 것이 조합을 압박하거나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일환으로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