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사진=서울파이낸스DB)
여의도 증권가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자본잠식 해소 후 출시'라는 요건으로 인해 샌드박스로 지정된 17곳 중 3곳이 서비스를 제때 출시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 출시를 앞둔 업체들과 2회에 걸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

RA는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의 성향을 기반으로 운용사가 설정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산을 투자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를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기존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선정에 따른 상품 출시는 별도의 자본 요건이 없었으나, 보수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퇴직연금 특성상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 추가적으로 요건을 부과했다.

퇴직연금 RA서비스로 샌드박스 지정을 받은 곳은 총 17곳이다.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9곳이다. 

운용사와 투자일임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셈버앤컴퍼니, 업라이즈투자자문, AI콴텍, 쿼터백자산운용, 퀀팃투자자문, 파운트투자자문 등 8곳이다.

총 17곳 중 3곳이 현재 자본잠식 상태여서 빠른 시일 내 퇴직연금 RA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금 상품은 가장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금융 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샌드박스 제도는 본래 '기술 혁신'을 기준으로 지정되는 것이므로 기업의 재정 상태가 지정 요건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 출시에만 자본 요건이 붙는 것에 대해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RA업계 관계자는 "자본 요건을 미리 알았다면 이에 대한 준비를 했을 텐데, 이같은 결정에 곤혹스럽다"며 "퇴직연금 RA 일임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샌드박스 통과만을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퇴직연금 RA서비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일부 방침도 정해졌다. 일부 대형사는 해당 서비스의 수수료를 0원으로 책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은 수수료 체계를 정률형과 성과보수형 상품으로 구분하고, 이를 모두 준비해야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전하면서 수수료 0원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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