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사진=각 사)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사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서 전직 지주 회장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대출을 적발한 데 이어 KB국민·NH농협은행에서도 직원들이 브로커와 공모해 불법적인 대출을 취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두 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한 부당대출 규모만 1541억원에 달했다.

두 은행에서 발생한 부당대출의 경우 영업점 직원이 시행사·브로커·차주와 공모해 서류를 조작하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은행 내 이러한 부당대출을 예방·제어하거나 사후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미흡했다고 당국은 봤다.

◇KB국민은행, 영업점 감시 '느슨'···부코핀 운영리스크 적발

금융감독원은 4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지주·은행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엔 NH농협금융지주·NH농협은행을, 8월엔 KB금융지주·KB국민은행을 대상으로 각각 6주간 정기검사를 진행했다. 국민·농협은행은 지난해 부당대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바 있다.

이 중 국민은행 정기검사에서 확인된 부당대출 규모는 892억원(291건)이었다.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해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용인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이 동원됐다. 임대차계약서가 허위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음에도 추가 확인절차 없이 대출을 내주거나 대출서류를 직접 위·변조한 사실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금품·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이 밖에 브릿지론 편법 취급, 미국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부실 이연 등 국민은행 대출프로세스 내 '구멍'이 있었음을 발견했고 부당대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영업점에 대해서도 느슨한 감시체계가 적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민은행은 대규모 부실이 누적된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편법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KB뱅크는 국민은행이 지난 2020년 지분 67%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순손실 규모는 2020년 434억원,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1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되다 2023년 2613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 적자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국민은행이 자회사 SPC(특수목적회사)에 KB뱅크의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KB뱅크 부실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해당 SPC가 발행한 사모사채(매각대금)에 대해 지급보증 6400억원 및 한도성대출 653억원을 제공하는 등 우회적으로 지원했다고 봤다. 이는 KB뱅크의 부실채권 위험을 사실상 국민은행이 최종 부담하게 되는 구조로, 은행의 신용리스크 및 부실전이 위험이 동반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이 지난 2020~2021년 KB뱅크 지원을 위해 2000억원을 송금한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KB뱅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할 때 자금송금 관련 리스크에 대한 리스크관리위원회 차원의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자금송금 당일 오전 이사회에 자금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해 지원을 사실상 먼저 결정한 후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적으로 개최, 국가별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를 상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도 649억 부당대출···자본비율 관리도 '주먹구구'

농협은행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규모는 총 649억원(90건)으로,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브로커 등이 개입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영업점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 대출 승인을 받는 방법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차주 등으로부터 1억3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했다. 또 다수 금융사고를 발견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 체계도 미흡했다.

NH농협금융지주에서 매년 대주주 농협중앙회에 지급해온 배당도 문제로 지적됐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전체 은행지주 중 최저 수준(지난해 9월 말 기준 5.47%)으로 자본력이 떨어졌음에도 자본관리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대주주에 거액 배당을 지급, 자체 위기대응능력이 약화됐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농협금융은 매해 1조원 가량을 농협중앙회에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와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경우 농지비와 배당 외에도 중앙회를 우회 지원하고 있었고, 이를 적절히 통제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정기검사 당시 농협은행이 농협 관련 재단에 222억원을 지정 기부하는 방식으로 중앙회 사업을 우회 지원한 사실을 발견하고 내부통제 절차 강화를 지도했다. 이후 농협은행에서는 관련 제도가 개선됐으나 농협금융지주에서는 여전히 시스템이 미흡했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관련해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2022년 대주주 우회지원 관련해 지적을 한 후 이번에 정기검사를 가보니까 은행은 제도 개선을 했는데, 여러 계열사가 있다 보니 지주 차원에서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봤어야 하는데 하나도 안돼 있었다"며 "대주주 지원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력에 대한 고민을 다 한 다음에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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