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고려아연의 소액주주들이 결국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드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면서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쥐게 된 셈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인 13일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함과 동시에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권리강화를 위한 '소수주주다수결(MOM)'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OM 제도는 기업경영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대주주보다 소액주주들에게 더 큰 결정권을 주는 제도다.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금융투자업계는 고려아연의 MOM제도 도입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통해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최윤범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을 결정할 분들은 고려아연을 믿고 사랑하는 수많은 주주들"이라며 "지금 고려아연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곳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그리고 소액주주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재 전체 발행주식의 약 12%를 정도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주식인 만큼 의결권은 없다. 이를 감안하면 나머지 88%의 주식 중 절반인 44%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34.64%를 보유 중이며, 영풍·MBK파트너스는 39.83%의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재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이에 따라 양측의 비전과 경영전략이 결국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투자 행동주의 플랫폼 '헤이홀더'는 이와 관련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시장, 금융당국의 비판을 수용해 유상 증자를 철회하고 지배구조 개선의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다만 '지배구조 개선이나 소액주주의 보호'라는 수사가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일회성 구호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제척이 현실적인 계획과 실현방안이 추가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려아연과 관련해 향후 표 대결은 고려아연 측과 영풍 측이 제시하는 비전에 달렸다"며 "다가올 임시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회사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비전과 계획의 싸움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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