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과 제이제이엔에스가 공동개발 한 '천장형 차음 구조' 시공 모습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과 제이제이엔에스가 공동개발 한 '천장형 차음 구조' 시공 모습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아이 셋을 홀로 키우는 여성 A씨는 매일같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바로 20층 이웃의 '보복성 소음' 때문이다. 올해 4월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19층으로 이사를 온 A씨는 오후 2시께 입주청소를 하던 중 위층 사는 남성으로부터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았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하루도 빠짐없이 둔탁한 무언가로 바닥을 내려치는 듯한 소음에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신고를 해도 경찰이 오면 조용해졌다가 가면 다시 시작되는 보복성 소음에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파트 보복성 층간소음 윗집에 정신병자가 살아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제는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은 살인 강력범죄로 번지는 일들이 낯설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실제 층간소음 관련 피해 민원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공동주택 입주민이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한 민원은 총 24만6515건에 달했다. 2019년 3만여건에 이르던 민원 접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 2022년 5만건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만 총 7만119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92건 이상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올해도 7월까지 이미 3만9333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또 민원의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된 조사만 지난 5년간 16만3165건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관리주체가 실제 피해를 일으킨 입주민 등에게 △층간소음 발생 중단 △소음차단 조치 등을 권고한 건수는 총 12만7499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건수 대비 권고 발부 비율은 78%에 달한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2년 8월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 사업 승인 아파트의 경우 완공 이후 바닥충격음 시험을 진행해 기준 미달 시 재시공토록 했다. 또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대책에서 소음 기준인 49dB을 맞추지 못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7월에는 서울의 한 소규모 아파트(도시형생활주택) 1곳이 층간소음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먼저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있는 '천장형 차음 구조'를 개발했다. 회사는 협력사 '제이제이엔에스'가 개발한 메타물질 방음소재를 건설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현장실험과 구조개선을 진행했으며 '층간 차음을 위한 차음판 시공 방법' 공동 특허 출원을 마쳤다. 천장형 차음 구조는 위층의 바닥 하부와 천장 마감 사이에 메타물질 방음소재를 시공하는 방식으로 층간소음 차단 효과가 있다. 위층 바닥 하부에는 고체전달음을 감소시키는 방음소재를, 천장 위에는 공기전달음을 차단하는 방음소재를 적용한다. 

이 구조는 소재가 얇고 가벼워 시공·유지보수 과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기존 건축물 골조 변경없이 추가 시공이 가능하다. 회사는 앞으로 △노후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기준미달 현장 등에 우선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천장형 차음 구조는 기존 바닥형 차음 구조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층간소음 저감 기술"이라며 "층감소음 저감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입주민이 층간소음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인천 서구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 현장에 업계 최고 수준의 현장 성능평가 등급을 확보한 '디 사일런트(D-Silent)' 바닥 구조를 적용, 시공하고 있다. 디 사일런트 바닥구조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바닥충격음 성능평가에서 '중량 2등급'(41∼43㏈)의 차단 성능을 인정받은 기술이다. 당시 현장 성능평가 기준으로 업계 최고 수준으로, 중량 2등급 바닥구조를 국내 공동주택 현장에 대규모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회사는 세대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와 모바일 기기로 자동 알림을 보내주는 D-사일런스 서비스를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통해 관련 연구와 기술력 개발에 힘쓰고 있다. '래미안 고요안랩'은 연면적 2380㎡, 지하 1층 ~ 지상 4층 규모의 국내 최대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이다. 삼성물산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구조형식별 기술 개발 △주택 바닥충격음 저감을 위한 슬래브 콘크리트 재료 개발 △주택 바닥충격음 저감을 위한 구조형식 검증 및 기술 개발 △층간소음 저감형 건식난방 바닥 모듈화 시스템 개발 등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제로(0)'를 목표로 바닥시스템과 평면구조, 저주파 및 진동제어기술, 소음 감지 알고리즘 등 층간소음 시스템 4종을 결합한 'H 사일런트 솔루션 패키지'를 구축했다. 패키지를 통해 고밀도 특화몰탈과 특수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완충재로 바닥에 가해지는 진동에너지와 소음을 줄일 수 있다. 회사는 △층간소음 현장 1등급 확보 바닥구조체 개발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고밀도 방통 몰탈 개발 △층간소음 실증주택 건립 및 PC 라멘조 공동주택 요소기술 Mock-up 검증 △리모델링 세대 천장고 확보를 위한 바닥구조(슬래브 상하부) 개발 등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연구팀을 주축으로 내력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로 구성된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개발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중량충격음을 저감하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의 강도를 높이고 차음재와 모르타르 두께를 늘렸다. 소음 발생을 세대 내 월패드를 통해 알려주는 기술도 추가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저희가 하는 일 중에 층간소음 저감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공동주택 시공 시 가장 우선적으로 꼽힌다"면서 "자사를 포함한 일부 대형사의 경우 층간소음 저감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도 별도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최근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관련 연구에 집중해 왔는데 최근 다시금 대두되는 것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업계가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집중도가 커진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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