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시황 부진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하락까지 겹치자 철강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판매 가격을 높여야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판매가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업체들의 총 조강 생산량은 3154만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줄었다. 특히 4월과 5월은 감소 폭이 10%가 넘는다. 이는 시황 저조로 인해 업계가 생산량 조절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철강재의 수출 물량은 2019년 3037만9000톤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 추세에 있다. 2020년 2887만5000톤을 기록했던 철강재 수출 물량은 2021년 2711만2000톤에서 2022년 2568만1000톤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2023년 2734만4000톤으로 소폭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건설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내놓는 부양책들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강 생산량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 공급 과잉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제품들을 생산해서 수출 및 내수로 내보내고 있을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데, 여기에 원자잿값이 더 떨어지고 가격 하방 압력이 더 강해진다면, 업계 자체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자 철강 수요가 줄어들자 세계 철광석 가격이 올해 들어 3분의 1 이상 내려앉기도 했다. 원자재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로 수출되는 철광석 가격은 톤당 92.2달러로, 손익 분기점인 100달러 아래로 형성됐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 바오우 스틸의 후왕밍 회장은 "철강 산업이 위기에 처해있으며, 2008년과 2015년의 침체 때보다 더 길고 더 춥고 더 어려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올해 초 톤당 142.58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 추세로 지난 16일 96.74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하반기 실적 개선에도 빨간 불이 들어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는 전방 산업인 건설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해 업계는 국외 시장을 개척하는 등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