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주총] 국민연금·ISS 반대에도 '이변은 없었다'
[4대 금융지주 주총] 국민연금·ISS 반대에도 '이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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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자문사 '무더기' 반대 넘고 '함영주號' 출범
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 반대에도 이사 재선임
우리, '손-이' 투톱체제...KB,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과 국민연금이 올해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도 '종이 호랑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자문기관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사들이 사외이사 재선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안건을 무리 없이 통과하면서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주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10년 만에 수장을 교체, '함영주 체제'를 본격 열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ISS 등의 반대 속에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대부분이 무난하게 통과됐다. 신한금융은 지난 24일, KB·하나·우리금융은 25일 주총을 개최했다.

이번 금융권 주총에서 최대 관심사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선임안이었다. 채용비리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관련 재판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4일 DLF 불완전판매 관련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데다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자문기관 4곳이 모두 반대 목소리를 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그럼에도 회장 선임안이 가결된 데엔 전날 서울고법이 함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 효력을 2심 선고 때까지 정지하기로 결정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여기에 그간 함 회장이 그룹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점,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꾀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의 수장이 바뀌는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신한금융은 지난 24일 열린 주총에서 김조설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박안순·변양호·성재호·윤재원·이윤재·진현덕·허용학 등 기존 사외이사 7명을 모두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국민연금과 ISS가 신한금융 사외이사 선임에 무더기 반대 의견을 내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연금과 ISS 등은 라임펀드 사태, 채용비리 등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찍이 현 이사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 주총 역시 국민연금의 반대 목소리에도 사외이사 선임 건 등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KB금융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상근임직원에 해당하는 등 이해관계에 있는 송수영 사외이사 선임 건, 이사 보수 한도 건 등에 반대하기로 결정했으나, 주주들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기업 주총에 앞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국민연금이 실제 주총에서는 그닥 영향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KB금융은 별다른 반대의견 없이 신임 사외이사 선임, 기존 이사진 재선임 등 대부분의 안건을 무난하게 통과시켰다. 업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주총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날 KB금융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사측 추천 사외이사인 IT전문가 최재홍 교수를 신임 이사로 선임하고, 노조측 추천 사외이사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선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금융지주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독 금융지주 주총에서 힘을 잃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KB금융(지분 9.02%), 신한금융(8.78%), 하나금융(9.19%)의 최대주주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 8.88%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있다. 최대주주인 우리사주(9.80%)를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이를 두고 업계는 현 이사회와 경영진의 그룹 지배력을 그 배경으로 꼽는다. 현 경영진이 오랜 기간 그룹을 이끌어오면서 지배구조와 지지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금융그룹 지배구조가 정치권 등 외풍에 시달렸던 과거에서 벗어나 안정화됐다는 점에 좋은 평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2014년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2017년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18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다. 하나금융에선 직전 김정태 회장이 2012년부터 10년간 그룹을 맡은 바 있다.

한편으론 국민연금과 의결권자문사들이 유독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을 두고 금융그룹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의 반대에도 사측 추진 안건이 매년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반대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사는 회장의 제왕적 리더십이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며 "국민연금이나 자문기관 반대 사항이 주총 시즌에 반짝 이슈됐다가 금방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경영 독립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보여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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