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앱'서 주식거래·간편결제까지···은행권, '슈퍼앱 전쟁'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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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스타뱅킹, 6개 계열사 핵심 서비스 통합
신한銀, 200억원 규모 '뉴앱' 프로젝트 추진
고승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 허용하겠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 앱 화면. (사진=각 앱 캡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KB스타뱅킹 앱을 켜는 데까지 3~4초 남짓. KB모바일인증서를 이용한 자동로그인 기능을 설정하니 별도 인증절차 없이 바로 홈 화면으로 연결된다. 화면 하단엔 'KB금융그룹' 탭이 보인다. 은행은 물론, 증권·손해보험·저축은행 등 나열된 6개 계열사의 버튼을 이용하면 KB국민카드 간편결제부터 주식을 사고팔 수도 있다. KB페이나 KB증권 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하나의 앱에서 금융거래가 모두 가능해진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내세우는 '슈퍼앱'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시중은행들의 반격도 본격화됐다. 그간 산재해 있던 은행들의 애플리케이션(앱) 통·폐합 물결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비금융을 넘나드는 플랫폼화 움직임도 한층 분주해졌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보험, 증권 등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제도적 뒷받침까지 약속하면서, 은행권의 플랫폼 경쟁력 강화 흐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KB스타뱅킹을 전면 개편했다. 새 KB스타뱅킹의 특징은 KB금융 계열사 앱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이다.

KB증권의 '이지(Easy) 주식 매매'와 KB국민카드의 'KB페이', KB손해보험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 KB금융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토스가 내세운 '원앱' 전략처럼 새로운 스타뱅킹 앱을 확장형 종합금융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국민은행은 개인뱅킹 앱을 새 'KB스타뱅킹'과 간편뱅킹 앱 '리브' 등 2개로 나누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간 스타뱅킹, 리브, 리브똑똑, KB마이머니 등 기능별로 앱이 나뉘어 있던 탓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고객이 많았고,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을 반영해 앱 개편을 진행한 것이다.

개편된 앱을 살펴보면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인증 절차를 한 번만 거치면 별도의 절차를 밟지 않고 바로 앱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간소화됐다.

주식매매나 보험금 청구뿐만 아니라 자산관리(WM), 각 분야 전문가와의 상담도 앱에서 받을 수 있다. 보수적인 문화와 환경 탓에 쉽사리 원앱을 구현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앱 새 단장은 업계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새 KB스타뱅킹은 속도·편의성 개선뿐만 아니라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인앱 브라우저 방식 등을 도입해 계열사, 외부 제휴 서비스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금융권의 관심은 '원앱' 구현에 쏠려 있다. 은행 앱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깨고, 빅테크처럼 하나의 앱에서 생활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변신하겠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구상이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신한은행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현재 모바일뱅킹 앱인 신한SOL을 전면 개편하는 '뉴 앱(NEW APP)'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앱 개편 초읽기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더 쉽고, 더 편안하고, 더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면서 디지털 금융 1등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고객 맞춤 플랫폼 화면 구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UX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비대면 상품 가입 과정도 전면 재구축하고, 고객 중심의 메뉴를 통합하는 한편 비효율적 메뉴도 간소화한다. 차별화된 플랫폼 신규 콘텐츠 역시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예정된 사업 예산은 200억원 규모다.

전날 세대별 특성을 반영해 모바일뱅킹 앱 우리WON뱅킹의 전용 메인 화면을 새로 구성한 우리은행도 앱의 추가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오는 12월 우리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출시되면 카드와 보험, 통신, 신용정보, 부동산, 자동차 정보 등 종합적인 정보를 통합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향후 은행들의 앱 경쟁력 강화 작업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앱 규제를 일부 풀어주기로 하면서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주요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 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 진출 확대로 경쟁 구도가 변하고 있는 만큼, 은행도 하나의 앱에 보험, 증권 등 종합적인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겸영·부수업무 범위 확대 △신사업 출자 규제 완화 △은행권 망 분리 규제 합리화 △금융·비금융 정보 공유 활성화 등이 이날 언급된 제도 완화 대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앱 간소화는 항상 고민해왔던 부분"이라면서 "단순히 앱의 개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의 서비스를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등의 확장형 종합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테크·핀테크가 확장성·간편함을 무기 삼아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환경만 받쳐준다면 더욱 빠르게 디지털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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