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빅피겨' 1100원선 붕괴···더 떨어질까
원·달러 환율, '빅피겨' 1100원선 붕괴···더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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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기부양책·코로나19 백신 기대감···弱달러 요인
국내 코로나19 확산·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변수'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외환당국 개입 없어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번주(7~11일) 서울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을 시도할지 주목하고 있다. 위험 선호와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 지난주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빅 피겨(큰 자릿수)'인 1100원을 하회하면서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벨 부담과 가파른 하락세에 당국의 미세조정으로 되돌림에 베팅하는 전망도 있지만, 글로벌 약(弱)달러 분위기가 워낙 만연한 상황이라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9시1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082.1원)보다 1.8원 오른 달러당 1083.9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한 주간 21.1원(1.9%) 급락해 2018년 6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1080원대까지 내렸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그중에서도 수출 등 경제 지표가 양호한 한국 시장에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다. 지난주 후반부터 미 의회가 연내에 9080억(약 984조원) 달러 규모 추가 부양 패키지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금융시장 투자심리는 더 살아났다. 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추가 재정 투입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한 번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1.3%나 하락하며 약세로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반면 역외 위안·달러 환율은 주말 중 6.50위안대 후반까지 레벨을 낮추는 등 급격한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도 1.21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 향방은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와 함께 위안화의 추가 강세가 이어질지가 주요 포인트다. 원·달러 환율 1180원선까지 무너지면 그동안 대기하던 네고(달러 매도) 물량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올 수 있어서다.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복귀하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 하방 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낙관론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CNN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 자문위는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각) 회의를 열어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17일에는 모더나 백신 승인 방안을 논의한다. 백신 승인이 차질없이 이뤄지면 향후 경제 정상화 기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곧 달러의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의 속도 조절은 외환당국의 개입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지난주 환율이 빅 피겨를 뚫었지만 당국 차원의 발언은 아직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급격한 달러 약세에 외환당국도 더 이상의 개입은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초순까지만 해도 100명 안팎에 머물던 확진자는 중순부터 200명대로 올라서더니 300명대→400명대→500명대를 거쳐 600명대까지 치솟는 등 급격히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8일 0시부터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이번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코멘트.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 1075 ~ 1100원

이번주 미 달러는 악재도 호재로 해석하는 강력한 위험선호 심리가 지배할 전망이다. 미 추가 부양책 합의 기대, 10일 FDA의 화이자 백신의 미 긴급 사용 승인 가능성,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대선 관련 불확실성 해소 등이 위험선호 유지시키며 하락 압력이 예상된다. 다만 가파른 속도에 대한 부담과 10일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에서의 정책 발표가 유로화 강세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 우호적 대내외 여건들이 속도 부담에도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모습이다. 위안화 환율도 역외 시장에서 6.5위안 하향 테스트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11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주간 과매도권에 들어서는 등 기술적 부담이 하락 속도를 조절할 듯 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원화 강세 심리를 제어할만한 변수가 단기적으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달러화 약세 현상이 기대보다 강하고 바이드노믹스(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그리고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인한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비달러 통화의 동반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1월 초 이후에는 브라질 헤알화 등 일부 이머징 통화의 강세 현상마저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 및 위안화 강세라는 기존 재료 이외에 11월 초 이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 기조도 원화 추가 강세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11월2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3영업일 제외하고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12월4일까지 총 6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번주 ECB 통화정책 회의 및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단기 변곡점 역할을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시장개입이 어느시점에 가시화될지도 주시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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