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보고서③] 제조업 고용악화···'겹 악재'에 빠른 개선 어렵다
[통화신용보고서③] 제조업 고용악화···'겹 악재'에 빠른 개선 어렵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은행 '8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올 들어 고용부진 주도 업종,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부문에서 노동수요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IT경기 회복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고용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제조업 고용부진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감소하던 제조업 취업자수는 올해 1분기 중 감소 규모가 14만3000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2분기 들어 감소폭이 6만4000명으로 축소됐으나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제조업 고용부진에는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과 업황 부진의 영향이 주로 작용하고 있으나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올해 들어 고용부진 주도 업종이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주로 섬유·의복 등의 노동집약 업종과 조선, 자동차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던 운송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가 감소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전기전자 업종이 전체 제조업 고용부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건설, 자동차 등의 업황부진이 중간투입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후방 제조업종의 고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노동수요를 축소시키는 구조적 변화도 고용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 절감 및 시장 확보 등을 위해 해외 투자 및 생산이 확대되고 있으며 노동절약형 기술혁신의 진전으로 자동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변화로 생산직과 단순·반복 업무 위주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들 직종에 종사하는 임시일용직이 특히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제조업 임시일용직 90% 이상이 생산직인 기능원으로,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제조업 고용부진은 연령대별로는 핵심 노동연령층인 30~40대에 집중됐다. 지난해 기준 30~40대 제조업 취업자수의 비중은 19.8%로 전 연령 제조업 취업자수의 비중(16.8%)보다 3.0%p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제조업 노동수요 위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부진은 임금수준과 안정성이 높은 일자리 공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업의 고용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5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서비스업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간접유발인원은 제조업이 서비스업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 부진이 여타 산업에 비해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제조업 취업자수와 일부 서비스업종의 취업자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제조업 취업자수가 일정 기간 후 숙박음식업과 사업시설·지원 서비스업의 취업자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월부터 올해 6월 중 제조업 취업자수와의 상관계수를 계산한 결과 숙박음식업 취업자수는 0.86(7개월 시차), 사업시설·지원업 취업자수는 0.87(5개월 시차)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제조업 부문에서 노동수요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IT경기 회복 지연,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고용상황이 단기간 내에 빠르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제조업 고용의 중장기적 흐름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초기 상승, 후기 하락하는 역U자형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나타났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말까지 상승하다가 그 후 기존의 노동집약형에서 자본·기술집약형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금융위기 시점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17%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