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KT&G가 장기 침체에 빠진 국내 담배 시장 돌파를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미국 담배기업 알트리아와의 협력 아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기업 ASF의 지분 100%(2624억원)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2011년 인도네시아 트리삭티(TSPM) 인수 이후 최대 규모 M&A다.
이번 인수는 KT&G가 2023년 '글로벌 톱티어 기업 도약' 비전을 선포한 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본격 착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글로벌 담배 업계는 니코틴 파우치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2022년 스웨디시 매치(Swedish Match)를 22조원에 인수해 '진(Zyn)'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 브랜드 '진(Zyn)'을 확보했고, 미국 FDA의 판매 승인도 받았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역시 '벨로(Velo)' 브랜드로 시장을 확대 중이다.
니코틴 파우치는 냄새와 연기가 없는 무연 담배로, 입과 잇몸 사이에 넣는 형태로 사용 편의성과 사회적 수용성 덕분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54억달러(약 7조7000억원) 수준의 글로벌 시장이 2030년엔 254억달러(약 36조원)까지 연평균 29% 이상 커질 전망이다.
KT&G는 NGP(차세대 담배)와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 개발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다만,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경쟁 심화와 산업 침체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에 KT&G는 해외 매출을 적극 확대하며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실제로 KT&G의 국내 궐련형 담배 매출은 2022년 1조6593억원에서 2023년 1조6779억원, 2024년에는 1조6491억원으로 소폭 정체돼 있지만 해외 궐련형 담배 매출은 같은 기간 1조101억원에서 1조3280억원, 1조4501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전자담배를 포함한 NGP 부문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NGP 부문 매출은 78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하며 중요한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북미·유럽 공략을 위해 현지 맞춤형 NGP 제품과 차세대 담배 출시가 필수적이다. 아시아에서는 법적 규제 때문에 니코틴 파우치 유통이 제한적이지만, 지난해 북미(139억6020만개), 유럽(84억510만개) 등은 아시아·태평양(10억9540만개) 판매량을 크게 웃돈다.
KT&G는 ASF 인수로 루프(LOOP), 알트리아의 온(on!) 제품을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공동 전개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7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KT&G의 비핵심 부동산 매각도 눈에 띈다. 을지로타워(1200억원), 분당타워(1247억원)를 처분했고, 서울 남대문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뿐 아니라 세종타워, 수원·대구 빌딩, 부산 부지 등도 추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이로써 2027년까지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여기서 얻은 자금은 주주가치 제고와 담배 생산시설 확충, 기술 개발 등에 쓸 방침이다. 최근 2년 동안 담배 생산시설 투자액은 3731억원, 연구개발비도 2022년 560억원, 2023년 595억원, 2024년 676억원 등 꾸준히 증가 중이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KT&G가 알트리아와 손잡은 것은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공동 투자로 재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알트리아의 니코틴 파우치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 확대 및 신규 수요 창출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