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올 들어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 계약자산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넘어서는 등 투자 심리가 회복함에 따라, 전문가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려는 투자자 수요 확대와 맞춤형 포트폴리오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87조1501억원으로 전월(83조3973억원) 대비 3조7528억원(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약건수도 2079건 증가한 206만2942건을 기록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산 구성부터 운용, 투자자문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상품이다. 특히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투자 판단을 증권사에 일임하고 증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랩어카운트의 계약자산은 지난 2022년 8월 150조400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찍었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상품과 운용 전략, 수수료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은행 예·적금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제시해 고객을 유치했다. 주식시장 상승세와 변동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신용경색과 전반적인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형 랩어카운트 수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뒤이어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 수익과 상관없이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심지어 고객 자금을 불법적으로 '돌려막기'하며 손실을 전가하는 행태가 금융 당국에 의해 적발돼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올들어 랩어카운트 시장은 주식시장 회복과 증권사의 안정적 운용 여력 확대 덕분에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서 투자자들은 다시 전문가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AI와 산업별 전문 전략을 활용한 맞춤형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으며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 글로벌 콴텍AI랩(성과형)'을 출시했다. KB증권은 지난 6월 현대자산운용 및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과 협업해 신규 자문형 랩(Wrap) 상품 2종을 출시했다. 'KB able 국내주식형(현대자산)'은 현대자산운용의 바텀업 리서치 기반 전략으로 운용되며, ‘KB able 차곡차곡 인컴랩(플레인바닐라)’은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의 자문을 바탕으로 고배당 자산에 투자하는 인컴형 랩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7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K방산 등 산업 경쟁력 강화 섹터와 금융, 지주사 등 제도 개선 정책 지원 섹터를 중심으로 K-경쟁력 섹터 TOP 10을 선정해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 '코리아 프리미엄랩'을 출시했다. 리서치 센터와의 협업 및 자체 시장 예측 AI 모델을 활용해 투자 포트폴리오 및 시장 펀더멘털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상품 차별성을 제공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개인 투자자의 자산관리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맞춤형 랩어카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에 이미 한 차례 신뢰 위기를 겪은 만큼, 투명한 수수료 체계와 맞춤형 운용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투자자 신뢰를 확실히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과거 손실 경험을 교훈 삼아, 랩어카운트 상품을 선택할 때 운용 전략과 수수료 체계, 운용사의 전문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