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동해안 원자력발전소에 중심을 뒀던 에너지 산업이 이재명 정부 들어 서해안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위원회 경제2분과 국정과제는 'AI-에너지고속도로, 다시 뛰는 대한민국'으로 AI와 에너지 정책이 주를 이뤘다.
특히 정부가 강조한 '에너지 고속도로'는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 전체에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를 활용한 전력 시장과 시스템 혁신, 에너지저장장치(ESS) 기후테크 산업을 육성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수출 산업화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또 해상풍력 단지 및 전용항만조성, 영농형·수상·산단 등 태양광 입지 확대, RE100 산단으로 지역 균형 성장 지원, 햇빛바람연금 확대와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도 추진한다.
이처럼 해상풍력을 앞세운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장하던 내용이다. 대통령 공약집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전남과 서남해, 제주를 중심으로 확대돼 인천에서 경북 동해안을 잇는 '해상풍력벨트'를 완성한다. 또 경기도와 서해안, 남해안, 영남 내륙을 잇는 '태양광 벨트'에 대한 구상도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에너지 중심이 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바뀔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국정과제에는 에너지 고속도로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언급은 있었으나 원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원전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거나 재가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친명계인 이언주 의원도 "급격한 탈원전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에너지믹스 전략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이전 정부에서 건설을 확정한 원전에 대해서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당시 지난 정부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에너지 정책이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되는 만큼 SK오션플랜트, 대한전선과 LS전선, GS엔텍 등 전선·플랜트 기업들이 국내 해상풍력 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또 두산에너빌리티와 효성중공업, 유니슨 등 해상풍력 터빈 기업들도 신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하던 ESS의 내수 수요처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세로 침체기를 겪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 정부 들어 동력을 잃은 원전 기업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11일 우리나라를 국빈방문 중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대통령실에서 양국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베트남 에너지산업공사(PVN)와 '원전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베트남 닌투언-2 원전 사업자인 PVN이 외국 기업과 체결한 첫 원전 협력 MOU로, 공동 실무 그룹 구성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 공동 개발·운영 협력 등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체코 두코바니 지역 1GW급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해외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만이다. 한화로 26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한전기술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KPS가 참여한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로 향후 테밀린 3·4호기 건설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부여돼 추가 원전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