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시장 막힌 코스닥···창업·투자 선순환 복원하려면 구조개선 필수"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코스닥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세 단체는 코스닥 운영 원칙 확립과 유동성 공급 확대, 국민연금 투자 비중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코스닥 3000 시대' 실현 전략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들 단체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기자간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코스닥시장의 활력 회복을 위해 △코스닥 운영 원칙 확립 △유동성 공급 강화 △정부의 정책 비전 제시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 

코스닥시장은 1996년 출범해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성장주 중심 시장으로, 설립 4년 만에 일평균 거래금액이 코스피를 추월할 만큼 주목받았다 . 그러나 현재 코스닥 지수는 출범 당시보다 20% 낮은 약 800p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활성화되지 못한 회수시장과 함께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상황이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회수 시장의 정체는 결국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을 막고 있으며, 이를 구조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시장 중심의 코스닥 구조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코스닥이 성장주 중심의 시장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지수 하락이 투자심리 위축과 상장 유인 저하로 이어져 창업-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 고리가 끊어져 시장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글로벌 시장 진출 목적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로 인해 국내에서 적절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3000p 시대를 열기 위해 코스닥 시장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와 유사한 규제, 경직된 심사 기준, 지나치게 보수화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인해 혁신 기업의 진입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는 설명이다. 또 상장 후에는 퇴출이 지연되며 저효율 기업들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송 회장은 '진입은 유연하게, 퇴출은 엄정하게'라는 원칙 아래, 민간 주도의 책임형 상장 구조를 도입하고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 중심의 질적 심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상장 이후에는 명확한 퇴출 요건을 마련해 부실기업의 적시 정리를 통해 시장의 자율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하며, 이러한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 구조 전환이야말로 혁신 시장으로서 코스닥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67개 법정기금의 여유 자금 일부를 각 기금의 목적에 맞는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내 연기금의 코스닥 시장 투자 비중은 4%대로 시가총액의 1/4에 못 미치는 수준이며, 연기금 등 수십조 원 규모의 안전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장기 투자와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통해 벤처기업의 성장 자금 유치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코스닥협회장은 한국 경제의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코스닥기업의 성장과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시장 투자확대와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 법제화를 제안했다.

이 협회장은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운용자산 중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약 12%이며 그중 95.8% 이상이 코스피 종목에 집중돼 있다"며 "국내주식에서 코스닥시장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약 15% 내외임을 감안할 때,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보유한 자산 중 코스닥 투자 비중을 3%로 단계적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며 "국민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제도화는 우리 자본시장 구조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창업기업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나스닥시장과 같이 모험 자본시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재정과 민간 자금을 매칭해 연간 10조원씩 3년간 총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활성화 펀드 조성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코스닥 3000p 시대를 열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