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개발·생산하는 로봇 제품에 대한 AS(사후관리) 사업 전반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회사의 성장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현대오토에버가 급격한 성장세로 SK AX(전 SK C&C)를 제치고 매출·영업이익에서 SI 업계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번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빅3'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BD타운홀 미팅에서 미국 조지아 주 소재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와 앨라배마 주 현대차 몽고메리 공장(HMMA), 기아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공장(KaGA) 등 현대차그룹 글로벌 공장에 수만대의 BD 로봇 제품을 대거 투입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모듈, 액츄에이터, 모터 등 로봇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여러 기업이 언급되고 있으나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공정체계 구축과 통합 관제는 현대오토에버가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 해당 연도 로보틱스 매출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현대오토에버가 BD의 로봇 유통과 AS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경우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내 로봇 계열사인 BD의 밸류체인 관심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 SI 업체로서 공장 내 로봇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트레이닝과 투입된 로봇을 통합 관제하는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BD로봇의 대당 단가, 투입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가시성있는 매출 추정은 어려우나, 현대오토에버의 BD로봇 관련 SI(시스템 통합) 매출은 2026~2030년 최소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 2024년 연간 매출 3조7000억원 대비 39%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대오토에버의 성장세가 주목받기 시작하며 최근 SK C&C를 제치고 삼성SDS, LG CNS와 함께 'SI 빅3' 체제를 굳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현대오토에버가 가파른 성장세로 SK C&C의 입지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로보틱스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확장할 경우 그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토에버의 매출은 지난 2020년 1조5625억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2조7545억원으로 SK AX(2조7550억원)를 근접하게 따라잡은 데 이어 2023년에는 3조650억원으로 SK AX(2조4127억원)를 6000억원 이상 따라잡았다.
일각에서는 SK AX의 재무제표가 SK 사업부문으로서 회계상 별도 기준으로만 매출이 잡히는 만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이미 현대오토에버가 지난해 3조713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SK AX(2조6059억원)와의 격차를 조 단위 이상 벌린 만큼 판도 변화를 관측하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기존에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외부 포트폴리오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번 BD의 로보틱스 사업 일감을 맡게될 경우 재무제표 상 전체 매출이 커진다 하더라도 계열사 거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오토에버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관련 매출은 총 3조40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했는데,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삼성SDS와 LG CNS의 내부 거래 비중이 각각 60%~70%대임을 감안하면 크게 높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