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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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은행주나 증권주에 비해 소외받던 보험주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등과 같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상승이 나온 것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일 KRX 보험지수가 2373.89로 마감, 한달전인 지난달 26일(2003.32)과 비교해 18.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한국거래소(KRX)에서 산출하는 주가지수 중 보험 산업 관련 상장 종목들의 주가 변동을 나타낸 것이다. 실제 최근 한달간 상장 보험사 11곳의 주가가 단순 평균 14.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등은 다소 이례적 흐름이다. 올해 4월 초 보험지수가 종가 기준 1606.73까지 급락하는 등 하락흐름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연말 실적공시 이후 대부분의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준비금 마련 등을 이유로 결산배당을 포기한 데다, 뚜렷한 주가부양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보험주 상승 배경엔 정책 관련 기대감이 자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배인 기업들의 청산 등을 언급하며, 대상 기업들이 주가부양에 힘쓸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단적으로 보험사들의 단순 평군 PBR 배수는 0.5배 수준으로 대표적 저PBR주로 꼽힌다.

특히 2차 추경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로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에 투자하는데, 국고채 금리가 올라가면 투자수익률도 개선된다. 여기에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할인율이 올라가 미래 부채(고객에게 지급할 보험금)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또 다른 공약인 '실손보험 선택형 특약 옵션 도입'도 손보사의 실적개선 기대감을 부추겼는데,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채권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한도를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업권 대장주인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밖에 지급여력비율 권고치 완화 등의 요인 역시 보험주 상승세를 지지했다.

문제는 밸류업 없이 정책적 기대감에 기댄 것이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보험사는 금융주 중 대표적 배당주로 분류되지만, 올해 배당을 확정한 곳은 재보험사를 제외한 10개 보험사 중 삼성생명과 상성화재, DB손해보험 등 3곳뿐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이나 주당순자산(BPS)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인데, 대부분의 보험사가 아직까지 미온적인 태도다.

물론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있지만 이 역시 주가 상승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의 경우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 주주환원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곳은 없으며 또 다른 주가부양책인 자사주 소각을 예고한 곳은 삼성화재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개 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1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들어 임원 22명이 자사주 12만5710주(약 5억727만원)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통상 우리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자신감이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피력하려는 목적"이라며 "어디까지나 신뢰 회복 측면이지, 실질적인 유통 주식 수 감소나 주가 부양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측은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자본건전성 부담이 늘어나면서 밸류업 여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은 올해 배당을 다시 중단한 원인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꼽았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중도해지 등에 대비해 적립해야 할 법적준비금으로, 상법상 주주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할 때 차감된다. IFRS17 도입 이래 보험업계 전반이 보험계약마진(CSM) 산정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모가 급증했는데, 이는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반영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80%로 낮출 수 있는 지급여력비율 기준치를 170%로 인하했으며, 향후 4년간 매년 10%p씩 낮출 것이라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금리하락 기조 속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지면서 규제 효과를 체감키 어려운 데다, 할인율 현실화 등의 부담도 가중되면서 밸류업 정책 여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본규제가 완화되며 숨통이 트였다는 점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구조적으로 당분간 자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도 자본규제의 완화 관련 논의가 예정됐는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반영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의 적용기준이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배당가능이익은 결손상태일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관리 방안 등을 감안하면 결국 충분한 자본력 없인 배당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보다 큰 폭의 제도 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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