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앞세워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인 유럽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한국과 미국 중심의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최근 프랑스 르망24시 행사장에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등 4개국 진출을 선언했다. 이로써 제네시스는 기존 독일·영국·스위스를 포함해 유럽 7개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게 됐다. 특히 유럽 5대 시장(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 모두 진입하면서 고급차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릴 기반을 갖추게 됐다.
판매는 전기차 전용 모델인 GV60을 비롯해 GV70·G80 전동화 모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가별 구체적인 판매 방식과 오프라인 네트워크 운영 방안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유럽 4개국 진출 선언은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 대한 선제 대응 성격이 짙다. EU는 2035년부터 역내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국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눈에 띄는 점은, 2027년경 고급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이 전체 절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기차 라인업 강화는 물론, 전용 플랫폼 차량 성능·효율 개선, 디자인 정체성 확립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프라인 체험 거점 확대와 한국 특유의 '손님' 개념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역시 병행해, 경쟁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비엠더블유(BMW) 등과의 차별화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자비에르 마르티넷 제네시스 유럽법인장은 "유럽 4개국 진출 선언은 제네시스의 유럽 시장 본격 진입을 의미한다"면서 "친환경 정책 전개와 고급차 수요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는 유럽 시장은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의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의 유럽 4개국 진출 선언은 시장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차 고급차 브랜드로 출범한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는 23만대로, 5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전체 판매의 90%가 한국(57%)과 미국(33%)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취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 판매 대수는 2000여대에 불과했다"며 "이번 확장이 한국·미국·유럽 3대 시장 체제를 구축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