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치솟으며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올해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은 식품기업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73개 품목 가운데 계엄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대비 물가지수가 상승한 품목은 52개로 전체의 71.2%를 차지한다.
6개월간 가격이 5% 이상 오른 품목은 19개에 이른다. 오징어채는 31.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콜릿은 10.4%, 커피는 8.2% 올랐다. 양념 소스와 식초, 젓갈은 7%를 넘겼다. 빵과 잼, 햄·베이컨은 각각 6%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크림과 유산균, 냉동식품, 어묵, 라면은 각각 5%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케이크, 단무지, 스낵과자, 편의점 도시락, 즉석식품, 혼합조미료 등은 3~4% 올랐다. 김치와 맥주는 2% 이상 상승했고, 주스, 시리얼, 치즈와 간장, 설탕, 소금 등도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식용유는 같은 기간 8.9% 하락했고, 두부와 국수는 각각 4.1%, 밀가루는 2.2% 내렸다. 당면 등 4개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통계청이 공식 발표한 2025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4.1%로 계엄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1.3%의 세 배를 웃돌았다. 이는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느슨해진 정치·사회 혼란기에 식품업체가 줄줄이 가격을 올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오던 식품업체들은 '국정 공백기'에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올렸다. 동서식품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9%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8개월 새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해 빼빼로가 '2000원 시대'를 열었다. 농심도 라면과 스낵, 스프 가격을 올렸다.
올해 식품 가격 인상률도 높았다. 대상은 설을 앞두고 드레싱 가격을 평균 23% 올렸고, 후추는 19% 인상했다. hy(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야쿠르트 라이트 가격을 14% 올렸다.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오뚜기, 빙그레, 농심 등은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가격을 두 차례 이상 올렸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과자와 아이스크림 수십 종을 8개월 새 두 차례 인상했고, 오뚜기는 3개월 새 네 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렸다.
식품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 사실을 소비자에게 공지하지 않고 슬그머니 올리기도 한다. 농심은 지난 3월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종을 올렸을 때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지난달 수프는 조용히 인상했다.
최근 6개월간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는 60곳이 넘는다. 3년 전인 2022년 5월 윤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71개가 올랐다. 특히 두 자릿수 상승한 가공식품은 3분의 2인 50개에 달한다. 초콜릿은 50% 치솟았고, 잼과 드레싱은 40% 넘게 뛰었다. 설탕, 참기름은 30% 이상 올랐고, 치즈, 커피, 주스, 맛김, 식용유, 소스, 혼합조미료, 고추장 등도 20% 이상 상승했다. 김치, 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소시지, 우유, 생수, 라면, 카레, 스낵과자 등도 두 자릿수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서민 가계의 밥상 물가 부담이 부쩍 커진 상황"이라며 "특히 빵, 라면 등 필수 식료품 가격이 오르며 저소득층의 부담이 크게 심화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