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 2008년 이명부 정부에서 시행된 금융감독 체계 개편으로 감독기관 감시가 느슨해지고, 이로 인해 기업의 회계기준 위반 가능성이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하대학교 안재환 교수 연구팀은 2008년 한국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기업의 회계보고에 미치는 영향을 국제적으로 비교·분석한 연구가 SSCI 등재 국제 학술지 '파이낸스 리서치 레터스(Finance Research Letters) 7월호'에 게재된다고 13일 밝혔다. 논문 제목은 '감독체계 개편이 기업의 회계 보고에 미치는 영향'이다.
연구팀은 한국, 일본 등 11개국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의 감독체계 개편 전후 5년간 회계 정보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는 단편적인 사례 분석이나 이론적 논증에서 벗어나 방대한 국제 데이터를 이용, 감독체계 개편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수직적·이원화 구조는 이명박 정부 결과물이다. 당시 재정경제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을 통합해 금융위를 신설하고, 금감원은 금융위 지원 기관으로서 감독집행 기능만 수행하도록 했다.
금융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체계가 개편됐으나 금융위에 정책 기획과 감독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몰리면서 금감원의 감독기능이 약화되고 감독기구로서의 독립성도 약화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실제 안재환 교수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독체계 개편 이후 한국 기업들의 회계정보 질이 개편을 하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뚜렷하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는 회계정보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회계이익과 현금흐름 사이의 차이를 사용했다. 이 차이가 클수록 기업이 이익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되는데,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더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2008년 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금융위에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동시에 부여한 것"이라며 "이 두 기능은 자동차의 가속장치(accelerator), 감속장치(brake)와 같이 본질적으로 충돌하는데, 선거 등 정치적 주기 영향을 크게 받는 성장 정책이 감독 기능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감독체계 개편 이후 기업들이 감독기관 감시가 느슨해졌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회계기준 위반 가능성이 커졌고 실제로 기능이 약화된 감독기관은 이를 제때 적발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부정확한 회계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안 교수는 "2008년 감독체계 개편은 국제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회적 실험이었다"며 "성장과 안정이라는 상충되는 기능을 금융위원회에 모두 맡기고 본질적으로 나눌 수 없는 금융감독원의 감독정책 수립과 집행 기능을 분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감독원에 감독정책 수립과 집행 기능을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