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튜버가 한국에서 안 파는 수출용 라면을 먹어보고 리뷰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한 유튜버가 한국에서 안 파는 수출용 라면을 먹어보고 리뷰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라면업계가 해외 전용 제품을 잇달아 국내에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 라면 구매가 일상화된 데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맛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제품을 역으로 국내에 출시해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푸드' 수출액은 31억8430만달러(약 4조6417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라면 수출액은 약 3억4400만달러로 전체의 10%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를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라면 제조업체들은 높은 해외 수요와 침체된 내수 시장을 고려해 수출 전용 제품을 구성해왔다. 특히 공략 국가의 현지 입맛에 맞춰, 매운맛 대신 새로운 식재료와 향신료를 활용한 제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엔 SNS에서 이색 라면 체험 콘텐츠가 유행하며,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제품을 직구하거나 직접 구매해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역으로 국내 출시가 활발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수출용으로 선보였던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 시리즈 3종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청크토마토’, ‘갈릭오일 파스타’, ‘머쉬룸크림 파스타’ 등으로 구성된 이 제품군은 각각 토마토와 마늘, 올리브오일과 레드페퍼, 다양한 버섯을 활용해 파스타의 풍미를 살렸다. 기존 수출용 흰색 봉지 디자인과 달리, 국내 제품은 ‘파스타’ 콘셉트를 강조한 패키지로 변경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 외 라인업 확장을 위해 국내 소비자에게도 탱글 시리즈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양식품은 중국에서만 판매하던 '불닭볶음면 푸팟퐁커리맛'을 이르면 이달 중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태국식 게살 커리 요리인 푸팟퐁커리의 향을 불닭의 매운맛에 더한 것이 특징이다.

오뚜기는 글로벌 누적 2억 개 이상 판매된 인기 제품인 ‘보들보들 치즈볶음면 매운맛’을 국내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하바네로를 활용한 매운 양념소스(스코빌지수 4500SHU)와 치즈 스프로 매운맛을 중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봉지면으로만 판매되고 있었으나, 국내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용기면 버전도 출시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외 소비자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농심 역시 2023년 수출용으로 출시한 ‘신라면 치킨’의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현재 이 제품은 인도, 유럽, 호주, 아시아 등지에서 판매 중이며, 중동권 공략을 위해 할랄 인증까지 획득한 상태다. 신라면 치킨은 닭 육수의 담백함에 외국인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열린 ‘2025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에서 내국인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업계는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을 국내에 출시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의 경우처럼, 해외에서 인기를 끈 제품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일종의 입소문 효과를 낸다”며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수출 라면’은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