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에 올해는 2023년 반도체 보릿고개를 지나고 실적 회복의 꽃길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신사업의 시행착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회사 안팎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는 총체적 위기의 1년을 보냈다. 

앞서 지난 2023년 역시 삼성전자에는 힘든 시간이었다. D램의 재고가 늘어나고 낸드 역시 서버, 스토리지 수요가 약세를 보이며 부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은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업황이 개선되며 삼성전자도 실적 회복세를 기록했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실적 회복 폭은 완만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100억원이었다. 전분기 2조1800억원 적자에 비하면 약 4조원 가량 실적을 개선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어 2분기에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완전히 회복세로 돌아선 듯 보였다. 이는 2021년 2분기 6조93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이다. 하지만 3분기 3조8600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전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영향 등으로 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DS부문이 극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을 3조원대 후반에서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된 수준이다.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전자는 좀처럼 예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의 확대와 함께 삼성전자 내부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칩의 수요가 커지면서 HBM과 같은 고부가 제품의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HBM에 대한 투자 적기를 놓쳐 SK하이닉스에 시장 리더십을 내준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 AI 칩의 패권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HBM)를 납품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현재까지도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HBM3(4세대 HBM)에 대해서는 엔비디아에 공급을 하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HBM3E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가 사실상 해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HBM에 대해서는 전략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계현 당시 DS부문장은 'HBM이 경쟁사에 밀린 것 같다'는 주주의 질문에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 11월 18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NRD-K 설비반입식에서 전영현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구원투수 전영현 조기 등판···노사화합·기술경쟁력 회복 '과제'

이 같은 판단착오는 결국 DS부문장의 원포인트 교체 인사의 단초가 됐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경계현 당시 DS부문장과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D램 성공신화를 이끌고 삼성SDI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기술 전문가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이 된 이후 두달만에 '파업'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났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7월 임금협상과 성과급 산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7월 8일 1차 파업 이후 사측의 태도가 여전히 불성실하다고 판단한 전삼노는 이후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11월 14일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으나 일주일 뒤인 21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내년 임금협상 때 3년치 임금을 병합해 협상하게 됐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현재 집행부를 재신임하면서 노사 갈등의 우려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전 부회장은 반도체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노사 화합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밖에 전 부회장은 성장동력을 잃은 DS부문을 수습하고 기술경쟁의 우위를 되찾아야 한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와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본래 강점이었던 메모리사업의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기 침체에 빠진 파운드리 사업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SMC와 경쟁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나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진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파운드리 사업의 누적 적자도 2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올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마찬가지로 파운드리를 분사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삼성전자는 분사 대신 생산라인을 셧다운하는 방식으로 완급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 파운드리사업부장과 CTO를 교체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한진만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를 통해 "단기간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분들이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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