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에는 1%대까지 둔화될 것이라 관측했다.

내수 회복세가 지연된 가운데, 그간 성장세를 견인해 온 수출마저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인상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성장세의 둔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은 수정 경제전망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은 기존 2.1%로 1.9%로 낮춰, 잠재성장률(2%)을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향 조정의 핵심 배경은 내수와 수출의 부진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기존 1.4%에서 1.2%로,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낮췄다. 높은 원리금 상환부담과 취약계층의 소비여력 개선 지연, 일부 대기업의 고용 관련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할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설비투자 성장률이 0.2%에서 1.5%로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건설투자의 경우 -0.8%에서 -1.5%로 역성장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AI 반도체 관련 견조한 투자수요, 글로벌 통화긴축 완화 등에 힘입어 설비투자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반면 건설투자는 건축수주 및 착공이 상당 기간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곳"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성장세를 견인해온 수출 증가세 역시 둔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재화수출 성장 전망치를 기존 6.9%에서 6.3%로 낮췄으며, 내년 전망치는 2.9%에서 1.5%로 더 큰 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재화수출은 AI 선도기업들의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다만 중국의 반도체‧화학제품‧철강 공급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수출 증가를 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통관수입 역시 증가세도 꺾이면서, 경상흑자 규모는 오히려 예년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로 올해 900억달러, 내년에는 800억달러를 제시했다. 지난 전망 대비 각각 170억달러, 180억달러씩 증가한 수치다. 다만 향후 경상수지 흐름은 수출입 여건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상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상승률 역시 기존 2.5%에서 2.3%로, 내년은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공급측에선 주요국 원유수요 부진 등으로 국제유가가 당초 전제를 크게 하회했고, 민간소비 회복세가 기존 전망에 못 미치는 등 수요압력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10월 기준 물가상승률은 1.3%까지 낮아진 상태다.

한편, 한은은 향후 전망경로상에 반도체 경기, 글로벌 지정학 및 통상환경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러-우 전쟁, 중동지역 분쟁 등 주요 지정학적 리스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될 경우다. 이 경우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 등 대외여건의 개선으로 우리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기본전망 대비 0.2%p 상승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0.3%p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로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고 대(對)이란 강경책에 대한 반발로 중동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제유가 및 해상운임 급등과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 강화로 우리경제의 내년 성장률은 0.1%p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2%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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