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위안화채 금리도 급등···정부 주문에도 한국물 발행 '난관'
엔화·위안화채 금리도 급등···정부 주문에도 한국물 발행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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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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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외화채 시장을 노크하고 있지만 한국물(KP)에 대한 높아진 가산금리(스프레드)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정부는 시중은행 및 주요 공기업들에게 해외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주문하고 있지만 해외 채권 시장마저 녹록치 않은 탓에 은행과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진다.

미국 달러채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대안으로 주목된 유로화 및 엔화 등 이종통화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시진핑 3기 출범에서 촉발된 '차이나 런(China Run)'으로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이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각각 320억엔,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달에 캥거루본드를 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종통화 시장도 점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 IB업계의 분석이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자 역시 연말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당겨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에 접어든 것도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촉발된 '차이나 런'은 아시아 주요국들의 주식시장을 넘어서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의 냉각을 불러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달러채 시장이 위축된 데 이어, 한국물의 경우 중국 리스크로 유통물 가산금리(스프레드)마저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SK배터리아메리카(SK이노베이션 보증, Baa3)가 발행한 2026년 만기 채권은 지난달 25일 350bp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해당 채권은 지난해 1월 미국 5년 국채금리에 175bp 더한 수준으로 발행됐었다. 이후 스프레드를 낮추며 안정적으로 안착했으나 최근 시장 불안으로 스프레드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은 한국물(KP) 발행사 한국수출입은행(Aa2)도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9월 발행한 10년물 달러채 호가는 지난 19일 115bp에서 일주일 만에 130bp까지 올랐다.

달러채 시장 불안에 이어 이종통화 시장마저 냉각되면서 원화채 시장을 피해 해외시장에서 발행을 준비하던 국내 기업들의 대체 조달처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사모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던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공사는 홍콩달러 혹은 역외 위안화(CNH) 채권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IB업계는 최근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화권 통화 발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캥거루본드 발행을 위해 이번주 북빌딩을 개시한 하나은행 역시 예전만큼 진행이 수월하진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유로본드(RegS) 조달을 위한 맨데이트(mandate)를 공표하고 로드쇼에 들어갔지만 시장불안에 해외 기관들 역시 북(book)을 닫으면서 예년만큼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다는게 업계의 예상이다. 

최근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들에게 가급적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은행채 등 다른 우량 채권의 발행 축소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해외 시장마저 조달이 녹록치 않은 상황을 비춰볼 때 정부의 주문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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